[美 트럼프 시대] 올 두번째 ‘블랙스완’…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입력 2016-11-09 18:06 수정 2016-11-10 00:44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 이어 글로벌 금융시장에 또다시 ‘블랙스완’이 출현했다.

블랙스완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 경제학 용어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9일 예측하기 어려웠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도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그릴 전망이다.

장 초반 유가증권시장은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 기대감에 코스피는 201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개표가 본격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트럼프 후보가 격전지 곳곳에서 우세하다는 소식에 오전 11시쯤 코스피 2000선이 무너졌다. 1시간도 안 돼 1960선까지 밀렸다. 오후 들어 1930선까지 수직 낙하했다. 갑작스런 악재에 거래량은 폭증했다.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2133억원, 1267억원을 팔았다. 장 막판 기관의 강한 매수세에 낙폭이 줄었지만 폭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어급으로 꼽혔던 두산밥캣은 이날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공모주 청약 미달 사태를 빚었다.

주요 해외 증시도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홍콩 항셍지수는 오전 강보합 출발했다가 급락했다. 독일 DAX30지수는 한국시간 오후 10시 30분 현재 0.61% 하락세다. 프랑스, 영국 주요 증시도 각각 0.81%, 0.03% 하락하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승리가 브렉시트 이상의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가 10% 이상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내일 금융시장에 고통스런 매도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뉴욕증시 등 상황에 따라 코스피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증권 류용석 시장전략팀장은 “오늘 충격이 제일 크긴 하겠지만 코스피는 1800후반, 코스닥은 55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1900선 전후로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브렉시트 때도 3일 이후 추세적 반등했는데,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하락세가 며칠씩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 온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한국 수출업체 주가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류 팀장은 “중국 환율정책에 대한 견제가 심화되면 다음해 대중국 수출에 타격이 올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출주에 대한 매도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후보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실시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한국 시장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디폴트를 겪었던 미국으로서는 재정지출 확대에 불안감이 있었다. 그런 부분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돌아갈 것 같다”며 “신흥국에 불안감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미국경기 개선 기대감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보증권 김형렬 매크로팀장은 “트럼프가 동맹국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브렉시트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갈수록 투자자들이 이성적으로 시장을 해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