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이 9일 택한 단일 해법은 결국 장외집회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없는 총리의 내각 통할은 ‘꼼수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국면 전환용 야권 분열 획책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박 대통령이 단계적으로나마 야권 제안을 하나씩 수용하고 있어서다. 단일대오를 갖춰야 한다는 긴박감에 일단 장외집회로 뜻은 모았는데, 그 다음 정국 수습책을 놓고는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만난 야3당 대표는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내치든 외치든 박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야당 제안에 답하지 않으면 촛불을 들 수밖에 없다”고 했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선 후퇴는 곧 하야”라고 압박했다. 1시간여 비공개 회동에서 나온 결론은 12일로 예정된 서울 광화문광장의 국민집회 참여에 당력을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대통령 탈당을 함께 요구하기로 했다. 다만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장외집회에 당 지도부까지 참여하는 문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유력 대권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시민사회 인사들과 만나 “개인 문재인은 촛불집회에 함께하고 싶지만 정치인 문재인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집회에 정치권이 결합해 순수성이 오염되거나 진영논리에 빠져 정쟁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12일 전까지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2선 후퇴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압박이다. 동시에 국회 추천 총리의 권한도 명확하게 해달라는 요구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의 권한 문제를 청와대 정무수석이 입으로 보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허원제 정무수석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 국회 추천 총리의 내각 통할권과 국무위원 임면권을 충분히 보장하겠다고 협조를 요청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강경론으로 치닫고 있는 야권이 가장 부담스러운 건 “국정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야당은 그동안 몇 가지 요구조건을 내걸고 박 대통령과 여권을 압박해 왔다. 이 중 ‘최순실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 청와대 비서진 개편,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 철회는 사실상 수용됐다.
남은 것은 대통령 거취인데 3당의 구상이 각기 다르다. 민주당은 2선 후퇴, 국민의당은 탈당, 정의당은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야3당 대표 회동에서도 이 부분은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에선 우상호 원내대표의 ‘대통령 외치 인정’ 발언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우 원내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총리에게 내치 권한을 인정하면 대통령에게 외교·안보를 맡길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정의당 나경채 공동대표까지 나서서 “민주당과 우 원내대표는 물러나야 할 박 대통령과 협치하겠다는 것이냐”고 공개 비판했다. 야권 공조가 언제든 깨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당 지도부는 국면 전환을 우려해 총리 추천 논의를 틀어막고 있지만 물밑에선 하마평이 무성하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중립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총리 자격을 논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총리 문제와 별개로 경제부총리라도 먼저 인준 절차를 밟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 방치 비판의 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글=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결국 ‘촛불’ 택한 야권… 문제는 ‘혼란 방치’ 역풍
입력 2016-11-1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