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더 짙게 드리우고 있다. 불확실성이 상승하면서 경제 전반에 불안감이 깔리고, 통상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트럼프 경제정책은 ‘감세와 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강력한 경기부양’을 골자로 한다. 세금 감면과 재정투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의미로 당장 미 정부의 부채가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미국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까지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는 트럼프의 대표 공약이다. 미국 국내 산업보호를 위해 무역축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가 쓸 수 있는 보호무역 수단으로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이외에도 지적재산권 보호 관련법 집행,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수입 규제 등이 거론된다. 이럴 경우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수출환경은 크게 악화된다.
이밖에 트럼프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등 한국의 경제와 외교·안보 지형에 격변을 가져올 정책들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트럼프가 고립주의를 표방하면서 한국의 방위비 부담이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경제 부담으로 직결된다. 또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한다는 공약도 있어 아시아 일대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외국인들이 국내 투자를 꺼릴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 차원에서 트럼프의 정책을 다소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불확실성 상승으로 인한 리스크는 우리 경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승리 소식이 전해진 9일 우리 경제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심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우세를 예상하고 기대했던 경제팀은 트럼프 당선에 잇달아 일정에 없던 긴급회의까지 개최하는 등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은 물론 우리 금융·외환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24시간 모니터링 체제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언급을 했다.
하지만 정오쯤부터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기류가 급변했다. 한국은행은 오후 2시 긴급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소집, “시장변동성이 과도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별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당초보다 30분 앞당겨진 오후 4시에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의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당분간 국제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이 고조되면서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실물 측면에서도 미국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세계경제의 하방위험이 증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후 5시 계획에 없던 금융시장 상황 점검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금은 자칫 리스크 관리에 작은 빈틈이라도 생기면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체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10일 오전 부총리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도 연다.
트럼프 당선으로 연말로 미뤄졌던 미국 금리 인상도 불투명해졌다. 금리 인상이 보류된다면 그나마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소식이 될 예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50% 이하로 떨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그 여파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떨어진 것이다.
트럼프가 경제정책 재정비에 나서면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을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美 트럼프 시대] 트럼프發 불확실성… 통상·금융 먹구름 몰려온다
입력 2016-11-09 18:07 수정 2016-11-09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