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나님. 살아계신 하나님. 당신의 길 가게 하소서.”(‘나 같은 사람도’ 중에서)
건반 한 대에 남자 두 사람, 여자 한 사람의 목소리를 얹은 조촐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이 정성껏 쌓아 올린 하모니는 냉기가 돌았던 예배당을 이내 풍성한 온기로 채웠다.
무엇이 그리도 간절한지 찬양을 부르는 동안 가사 하나하나에 숨을 불어넣는 듯 미간에는 주름이 졌고 어깨는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세 사람은 마지막 화음을 내려놓고 나서야 세상 환한 표정으로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다.
지난 3일 인천 계양구 경명대로 의의나무교회(황현기 목사)에서 만난 이들은 지난달 20일 국내 최대규모의 CCM오디션 프로그램인 C채널의 ‘가스펠스타C 시즌6’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팀 이름은 ‘에필로그’. 홍일점인 김하은(30)씨는 “하나님을 만난 이후의 변화된 삶과 기쁨을 노래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 준 ‘에필로그’는 이번 오디션의 유일한 장애인 참가자다. 팀의 리더인 황현기(35) 목사, 박현준(30)씨, 김씨 모두 시각장애1급의 장애인이다. 세 사람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꼬맹이 시절에 시각장애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교장 명선목) 선후배로 만났어요. 그 당시에도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합창도 하고 악기연주도 하면서 서로의 삶을 위로하던 사이였죠.”(황 목사)
황 목사가 학교 졸업 후 본격적으로 신학 공부와 목회 준비에 나서고 동갑내기 김씨와 박씨도 장애인 찬양사역팀 ‘희망새’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황 목사와 두 사람 사이의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준이랑 10년 넘게 활동해오던 ‘희망새’ 팀이 사역 여건상 해체되면서 갑작스런 방황기가 찾아왔어요. 그 시기에 잠시 직장생활도 했었는데 ‘나한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만 커졌죠. 그 때 목사님께 연락이 왔어요. 절망 속 한 줄기 빛 처럼요(웃음).”
15년여 만에 만났지만 호흡을 맞추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3월 ‘에필로그’를 창단하고 7월에는 1시간 30분짜리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가스펠스타C’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맞이했다. 참가를 결심하고 1차 온라인 예선, 2차 스튜디오 예선, 3차 멘토링 캠프, TOP 10 본선무대까지 3개월여를 지나오는 동안 ‘에필로그’의 공연이 펼쳐질 때마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무대에 대한 감사와 비장애인을 뛰어넘는 실력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박씨는 “처음엔 잔뜩 긴장했지만 무대를 거듭할수록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찬양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기쁨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금상은 대상에 비해 상금도 적고 앨범 발매 특전도 없지만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으니 하나님께 더 큰 보상을 받는 것 같다”는 그의 말에 모두 폭소가 터졌다.
세 사람의 곁에서 엄마 같은 미소를 띄우던 김은수(46·여) 강도사가 “물질적 보상을 떠나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음악을 사랑하는 찬양 사역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에 더 감사하다”고 거들었다. 김 강도사는 ‘에필로그’의 눈과 손발 역할을 도맡아하는 매니저다. 그는 “‘에필로그’와 함께 해오면서 도움을 준다는 생각보다 예수님의 사랑을 함께 배우고 전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며 “더 많은 사람들과 찬양의 고백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각 장애인 트리오로 알려진 세 사람을 ‘에필로그’라는 팀으로 완성시키는 한 수가 그에게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찬양이 곧 삶”이라고 입을 모아 고백하는 ‘에필로그’는 오늘도 하나님이 주신 ‘찬양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인천=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마음의 눈으로 하나님 바라보며 노래해요”
입력 2016-11-10 21:07 수정 2016-11-10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