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합계출산율 증가에도 출생아 수 줄어든 이유는?

입력 2016-11-10 04:01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05년 1.08로 바닥을 찍은 후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그런데 출생아 수는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전체적으로 하향세다.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비밀은 가임기(만 15∼49세) 여성의 숫자에 있다.

9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한국의 저출산 지표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0년 합계출산율 평균은 1.19명이었지만 2011∼2015년 합계출산율 평균은 1.24명으로 올랐다.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실시된 2006년 이후 합계출산율은 등락을 거듭했지만 정책 효과가 일부 나타나며 상승세를 탄 것이다.

반면 출생아 수는 2006∼2010년 평균 46만4500명에서 2011∼2015년 45만3200명으로 되레 줄었다. 출생아 수가 합계출산율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상반된 흐름은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2013년 1.19명으로 내려앉은 합계출산율은 2014년(1.21명)과 지난해(1.24명) 연속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2013년 43만6500명을 기록했던 출생아 수는 2014년 43만5400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입법조사처는 가임기 여성 인구의 감소가 이런 불일치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가임기 여성 인구는 2006년 1361만명에서 지난해 1279만명으로 주저앉았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실시된 뒤로 10년간 가임기 여성 82만명이 줄면서 합계출산율 증가 효과를 지워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입법조사처는 “가임여성 인구라는 모집단 규모가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계출산율은 한국의 저출산 현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에 향후 가임기 여성 인구는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여성 출생아 수는 1992년 34만21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고 있다. 2001년에는 26만5400명에 불과했다.

박선권 입법조사관은 “합계출산율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진행돼온 가임기 여성 인구 감소 때문에 출생아 수가 다시 감소하는 ‘나선형적 하향 악순환’이 예견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