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꿈쩍하지 않는 야권을 계속해서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선 현행 헌법상 내줄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주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야권은 여전히 미동조차 없는 상황이다. 야권은 9일 박 대통령의 명백한 ‘2선 후퇴’ 선언 없는 총리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고 영수회담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배성례 청와대 홍보수석은 9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을 자청했다. 박 대통령 제안을 재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총리에게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고, 국무위원 임명 및 해임 건의권 역시 보장하는 등 조각(組閣) 차원을 넘어 명실상부한 ‘거국중립내각’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배 수석은 “국회가 능력 있고 좋은 분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지체 없이 임명하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뜻”이라며 “총리가 모든 권한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것을 대통령이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국무총리의 내각 통할(헌법 86조 2항)’, ‘국무위원 임명제청(87조 1항)’, ‘국무위원 해임건의(87조 3항)’ 등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모든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법적 권한을 뛰어넘는 사실상의 정치적 권한을 주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가 장관 임명권까지 가져야 한다는 야당 요구에 대해 “총리가 훌륭한 분을 장관으로 추천하면 같이 협의해 임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총리가 제청하는 내각 구성을 100%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총리 권한 범위에 대해선 “총리 권한의 세밀한 범위 역시 박 대통령이 제안한 영수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즉 모든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식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공식적으로 외치(外治)를 포함한 국정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게 야당 논리다. 청와대는 그러나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모두 내려놓으라는 야당의 주장은 대통령 하야(下野)를 밀어붙이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군 통수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재, 조약체결권, 법률거부권 등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 권한을 모두 포기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위원 임면권까지 내놓으라는 것은 개헌을 통해 내각제로 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외치, 내치를 구분하는 것 역시 구분이 모호하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청와대 일각에선 “야당이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수용했는데, 야권이 더 나아가 대통령이 직접 ‘2선 후퇴’를 언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국 수습책을 조금씩 내놓으며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청와대 측은 “그럴 형편도 입장도 아니다”고 부인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부글부글 끓는 靑 “그래도 야권 계속 설득하겠다”
입력 2016-11-10 00:02 수정 2016-11-10 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