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평창겨울음악제는 지난해 제15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자 초청 갈라공연을 펼쳤다. 성악 부문 우승자이자 전체 그랑프리를 차지했던 몽골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28)도 이 무대에 섰다. 당시 관객들은 그의 압도적인 가창력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 공연을 지켜본 정은숙 성남아트센터 사장은 그에게 11월 17∼20일 무대에 올릴 예정이던 오페라 ‘카르멘’ 출연을 제안했다.
카르멘을 놓고 호세와 사랑을 다투는 투우사 에스카미요역으로 출연하기 위해 내한한 그를 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이후 해외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졌지만 대부분 콘서트였다. 이번에 한국에서 오페라로 관객과 만나게 돼 기쁘다”면서 “사실 한국은 내게 특별한 곳이다. 어머니가 내 대학 학비를 버느라 3년간 서울에서 일하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이번 공연을 누구보다 기뻐하신다”고 밝혔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인근 유목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2005∼2010년 몽골국립문화예술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2009년 의무복무를 위해 경찰에 입대한 뒤 가정형편 때문에 2013년까지 경찰 음악단에서 일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본격적으로 성악을 공부한 것은 대학 입학 이후”라면서 “원래 테너를 지망했지만 선생님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바리톤으로 바꿨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흐보르토프스키와 이탈리아의 레오 누치는 내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바리톤으로 전환한 뒤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그는 201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4회 글린카 국제 성악 콩쿠르 우승에 이어 2012년 몽골 최고 성악가 상을 받았다. 또 2014년 무슬림 마고마예프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도 우승했다.
그는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출전은 학교 선배 아마르투브신 엥흐바트가 2위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참가를 결심했다”면서 “우승은 하고 싶었지만 그랑프리까지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음악단에서 일하는 동안 그는 미국·일본·한국 등에 공연 투어를 다녔다. 2014년 러시아의 자치국 부리야트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에서 공연한 것은 그에게 또다른 전환점이 됐다. 울란우데 오페라극장의 솔리스트로 채용돼 지금까지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에서 오페라 레퍼토리를 계속 배우고 있다. 최근에는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돈 카를로’와 차이콥스키의 스페이드의 여왕’을 연마 중”이라고 말했다.
탁월한 가창력의 소유자지만 그에게는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영어와 이탈리아어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기 위해 필수적인 언어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그는 “몽골에 있을 때 해외 유학을 가고 싶어도 장학금이 없어 꿈도 꾸지 못했다”면서 “아버지 같은 마에스트로 게르기예프도 내게 늘 언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충고하신다. 꾸준히 어학 공부를 해서 나중에는 영어로 직접 인터뷰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카르멘’ 무대 오르는 몽골 바리톤 간바타르
입력 2016-11-11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