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최태민 유착 못 막은 건 장신대 책임?

입력 2016-11-09 20:59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씨의 유착을 막지 못한 데에는 장로회신학대(총장 임성빈 교수)의 책임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다소 생소한 이 주장은 장신대 김철홍(신약학) 교수가 지난 6일 이 학교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 담겼다. 김 교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 황모 선교사가 최근 온라인에 ‘박 대통령이 1980년대 초 장신대에 재학했을 당시 정치적 이념을 이유로 배척당했고, 그로 인해 학교를 떠났다’고 남긴 글을 근거로 댔다. 장신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1981년 9월부터 11월까지 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공부했다.

김 교수는 “당시 박 대통령은 자신의 인생에서 발생한 불행한 일들에 대해 종교적 해답을 찾기 위해 장신대를 찾아온 것 같다”며 “도와주지는 않더라도 그냥 내버려뒀더라면 최태민 최순실 같은 사람과 엮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박 대통령이 학생으로서 갖고 있는 수업권은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권리였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주장은 장신대 동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미국 뉴욕에 거주 중인 배정웅(전 아가페크리스찬치유센터 대표) 목사는 박 대통령과 함께했던 수업 분위기를 전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박의 글을 올렸다.

배 목사는 “구약학개론 수업을 들었는데 박 대통령이 신학과 성경에 대한 기본 상식이 너무 부족했던 까닭에 수업에 기가 질려 3번 참석하고는 더 이상 못하겠다고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소개했다. 또 “어려워도 참고 시간이 지나면 점점 익숙해지고 나아질 것이라 격려했지만 박 대통령은 성경공부 수준을 기대하고 성경책 한 권 들고 신학교를 찾아 온 터라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학교를 나간 것은 본인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81년 당시 학장이었던 이종성 박사(2011년 별세)가 생전 국민일보와 한 인터뷰(2007년 4월 27일자)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2년 뒤 당시 청와대비서관이던 예장통합의 유모 장로가 (박 대통령의) 입학 의사를 밝혀왔다. 이 박사는 “박 대통령이 목회자 양성 과정인 신학대학원(MDiv) 과정을 지원했지만 헬라어와 히브리어 등 어려운 과목이 많아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일반대학원 과정을 추천했다”며 “입학 몇 개월 후 심적 정리가 덜 되고 공부할 자세가 안됐다는 이유로 학업을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서울장신대 정병준(교회사) 교수는 9일 “박 대통령과 최태민씨는 70년대 중반부터 매우 막역한 사이로 발전했기 때문에 장신대가 둘 사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사이비 영성에 영향을 받고 신앙과 명확한 목표가 없는 이에게 제대로 된 신학교육을 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