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미래 먹거리 개발 사업인 ‘문샷 프로젝트’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각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책임자들이 최근 잇달아 회사를 떠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실적 압박에 따른 경영진 간의 불화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구글의 문샷 프로젝트 중 하나인 드론 배송 서비스 ‘프로젝트 윙’이 알파벳의 재정 압박을 받으면서 표류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로젝트 윙은 스타벅스와 함께 드론을 이용한 커피 배송을 하는 사업이었는데 결국 무산되는 분위기다. 고객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에 대해 양사가 의견 차이를 보인 게 가장 큰 이유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사업을 이끌던 데이브 보스가 회사를 떠났다. 프로젝트 윙의 신규 채용은 중단됐고 현재 소속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권유받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드론 배송이 현실성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원에 미온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드론 배송은 아마존 등 다른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정부의 승인도 받지 못하는 등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알파벳이 10년 이후 장기 먹거리를 고민하는 문샷 프로젝트에 수익성을 주문하는 것은 지난해 조직 개편과 연관이 있다. 구글은 지난해 알파벳을 모회사로 설립하면서 구글 산하에 있던 문샷 프로젝트를 알파벳 밑으로 옮겼다. 그러면서 각 프로젝트의 비용 등을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알파벳은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기타’ 항목으로 문샷 프로젝트 수치를 공개하고 있다. 당장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어서 계속 적자 상태다. 올해 3분기에도 8억6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구글 산하에 있을 때는 재정 부담 없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었지만 알파벳으로 회사가 재편된 후에는 단기적인 실적도 요구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숫자가 공개된 이상 투자자 설득을 위해서라도 일정한 성과가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신기술 개발에만 매진하던 개발팀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구글의 사물인터넷(IoT)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이 기대되던 네스트의 토니 파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6월 회사를 떠났다. 그는 애플 아이팟 개발로 잘 알려진 인물로 구글에서는 구글 글라스 개발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구글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인 구글 파이버도 신규 도시로 확장을 중단하고 사업부문장을 교체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알파벳은 손실 위험이 큰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돈이 되는 사업으로 전환하려고 시도 중”이라며 “프로젝트 윙은 알파벳이 재정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장 최근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책임자 퇴사·드론 배송 표류… 구글 미래 사업 ‘삐걱’
입력 2016-11-10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