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 연말 1200원까지도 상승 예측

입력 2016-11-09 18:55 수정 2016-11-09 21:12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달러화 강세 흐름이 강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9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반영돼 달러화나 엔화, 금 등의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가 몰리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환율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149.5원을 기록해 전일 대비 14.5원 상승했다. 한때 1150원선마저 넘어서며 패닉 장세까지 연출됐지만 시장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하겠다는 당국의 구두개입 효과로 간신히 1150원대 턱밑에서 멈췄다. 원·달러 환율은 연말 1200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앞서 시장은 ‘힐러리 클린턴 당선 이후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며 단계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7개 해외 투자은행(IB)은 지난달 공통 전망을 통해 2016년 말엔 원·달러 환율이 1141원, 2017년 1분기 말에는 1148원선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은 이 같은 강세 흐름에 더욱 충격파를 던지는 형국이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 중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금리 인상 방침에 의문을 품고 재닛 옐런 연준 의장 교체설까지 제기한 바 있다.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방침 자체가 흔들릴 경우 원·달러 환율은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일 수 있다. KEB외환은행 딜링룸의 한 외환딜러는 “경기도 경직된 상태인데 시장이 쇼크를 받은 상황이어서 연말 1200원을 넘어서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미리 달러화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10월 말 기준 주요 은행 외화유동성 비율을 보면 우리은행 118%, 신한은행 109.37%, KEB하나은행 102.86%를 기록했다. 나머지 시중은행도 당국의 규제 기준인 85%를 넘겨 9월 기준 100%를 웃도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3개월 외화유동성이 100%를 넘는다는 의미는 만기 3개월 이내인 외화자산이 외화부채보다 많다는 뜻이다. 연말 미국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대폭 늘어난 달러화 예금도 은행의 외화유동성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편 채권 전문가 99%는 1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연 1.25%에서 동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융투자협회가 국내외 채권 운용 종사자 100명을 상대로 지난 2일까지 조사한 결과여서 트럼프 당선 변수를 반영하지 않았지만 가계부채 부담에 세계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금리 조절이 힘들 것이란 평가가 담겨 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