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당 해체 포함 새 길 가야” vs 친박 “어떤 경우도 분열 안돼”

입력 2016-11-09 18:35
새누리당 비주류 중진 의원들과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진정모) 소속 의원들이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최순실 정국 수습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새누리당 집안싸움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주류와 친박(친박근혜)계는 9일 세(勢) 대결까지 펼쳤다. 그러나 양측 모두 “분당(分黨)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정치적 별거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 중진 의원과 소장파 의원들은 ‘진정모’(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의원 모임)를 결성하고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석회의를 열었다. 같은 시간 바로 옆 회의실에서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학용 의원이 ‘각계 원로들과 함께하는 비상시국 토론회’를 개최했다.

진정모 모임에는 정병국 나경원 의원 등 29명의 비주류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새누리당 역할은 소멸했다”며 “책임 있게 반성하기 위해선 당 해체를 포함한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해체 이후 건강한 보수로 재창당하기 위해선 이정현 대표 체제의 사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신환 의원은 그러나 “분당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비상시국 토론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이 분노하니 ‘아이고 잘못된 모양이다’ 하고 눈물을 보이면서 사죄했지만 아직까지 잘못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앞에 모든 잘못을 뉘우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찔끔찔끔 부족한 대응을 하다 보니 국민의 분노가 더 커지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고려대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2선으로 물러나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법무부 지휘를 받는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침묵했던 친박계도 결집하며 맞불을 놓았다. 친박계 의원 16명은 조찬 모임을 갖고 “어떤 일이 있어도 당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현 지도부 사퇴 문제나 책임론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친박 의원은 “조만간 50∼60명의 모임을 만들 계획”이라며 “숫자로만 따지면 친박이 비주류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글=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