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계 농단한 차은택 엄벌하라

입력 2016-11-09 19:02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 인물은 당연히 최순실씨다. 최씨는 박 대통령과의 40년 인연을 등에 업고 막후에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며 국정을 농단했다. ‘비선실세’ 최씨가 주역이라면 핵심 조연은 바로 차은택씨다. 그는 최씨의 최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정부의 문화정책을 좌지우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고 횡령, 광고사 강탈, 국정농단 등 제기된 의혹만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런 그가 8일 밤 입국했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잇따라 나오던 지난 9월 말 돌연 중국으로 출국해 잠적한 지 39일 만이다.

CF감독 출신인 차씨는 현 정부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2014년),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2015년) 등을 역임하며 문화계 유력 인사로 급부상했다. 2019년까지 총 7000억원대 예산이 책정된 문화창조융합벨트 등 정부 사업을 사실상 독식하고 자신이 실소유한 광고업체를 통해 대기업·공공기관 광고를 쓸어 담는 등 불법·편법으로 사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차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광고회사에서 수억원대 자금을 횡령하고,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에 가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국정 기조에 ‘문화융성’을 끼워 넣었고 그가 있을 당시 대학 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차씨의 20년 지인이자 선배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지인들은 문화계 중요 자리를 꿰찼다. 그가 이렇게 막강한 힘을 발휘한 데는 최씨와의 친분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관련한 여러 사업에는 천문학적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정작 필요한 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다. ‘문화융성’이라는 미명 아래 문화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를 처참하게 유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씨는 입국 당시 울먹이며 “죄송하다. 반성한다.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직시한다면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주범 최씨처럼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