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박명호] 대통령 2선 후퇴 후엔 국회 책임이다

입력 2016-11-09 17:24

대통령이 다급하긴 했다. 야당의 거부에도 국회를 찾았다. 국회의장과의 ‘13분 면담’에서 “총리 추천”을 요청했지만 야당은 “권력이양 범위와 의지가 불분명하다”고 반박하며 대통령을 압박한다.

앞으로 우여곡절도 있고 정치적 힘겨루기도 있겠으나 거국내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 권한과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국민직선(直選)에 의해 선출된 두 권력 중 한 축이 국민적 신뢰와 정치적 정당성의 위기에 직면했다. 따라서 국회의 권능 확대는 원칙적으로도 타당하고 현실적으로도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 국회는 국정붕괴의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까. 대통령 2선 후퇴 후의 정치적 유동성을 최소화하며 민주헌정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국회의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당 특히 야권은 과연 국회 중심의 국정운영 능력과 책임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대통령 2선 후퇴 이후에는 국회와 정당이 중요하다. 특히 ‘지금’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는 야권은 원하던 시기, 예상했던 시기보다 빨리 국민적 평가의 칼날 위에 서게 된다. 여소야대 국회를 주도하며 국정 책임의 상당부분을 떠맡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불안하다. 당장 총리와 내각의 성격을 두고 야권 의견은 다양하다. ‘과도내각론’은 사실상 대통령 하야를 전제로 조기대선까지 염두에 둔다. ‘내치 책임총리론’ 또는 ‘사회경제 전담 책임총리론’도 있다. 어떤 내각이냐에 따라 총리 적임자의 정치적 행정적 조건도 달라진다. 여기에 누가 총리냐를 따지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지금까지 국회는 ‘대립과 교착’의 대명사였다. 적절한 입법적 결정과 선택을 적절한 시점에 하지 못했다. 당파적 대립은 시간이 지날수록 극단화됐다. ‘대립과 교착의 의회정치’는 ‘당론투표’로 대표되는 정당집단주의, ‘합의 지향형 국회 관행과 제도’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회가 국정안정과 민주헌정 유지의 국민적 바람에 부응하려면 정당집단주의와 합의 지향형 국회 관행 및 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대립과 교착의 의회정치가 아닌 ‘책임과 능력의 국회’가 가능하다.

첫걸음은 ‘당론투표의 최소화’다. 국회의원 300명이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서 국민대표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당론투표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당론과 개인 소신이 충돌하면 개별 국회의원이 독립적으로 판단해 선택하게 한다. 다양하게 분출하는 총리와 내각의 성격 논란도 정당이 우선 자체적으로 정리한 다음에 국회에서 논의하는 게 순서다.

다음은 정치적 선택과 결정이다. 정당과 국회는 학술단체가 아니다. 다양한 주장과 논리가 있지만 최종적으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정책 결정이다. 가능하면 만장일치 합의처리가 가장 좋다. 그런데 이게 항상 가능하진 않다. 총리와 내각의 성격 논의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논의만 할 수 있을까. 국정공백이 장기화되면 국정붕괴도 멀지 않을 것인데 국회가 계속 논의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회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결정을 해야 한다. 그게 국정운영이다. 따라서 최종적 의사결정방식은 ‘다수결’이다. 끝까지 합의처리를 위해 밤샘협상도 하고 정치적 거래도 하겠지만 그래도 안 되면 마지막에는 다수결의 표결처리다.

국정운영의 안정감을 보여 정당과 국회가 국민적 신뢰를 얻는다면 개헌 논의도 재개될 수 있다. 개헌을 통해 제도화하자는 국민적 요구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특히 야권 하기에 달렸다. 대통령 2선 후퇴 이후의 국정운영, 정당과 국회의 책임과 능력이 중요하다.

박명호 정치외교학 동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