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채만 한 파도 앞에서도 전혀 굴하지 않고 인명구조에 나섰던 해경 특공대원이 소중한 생명을 구한 뒤 자신은 희생됐다. 함께 구조에 나선 동료 대원도 파도에 휩쓸려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안전처 동해해경본부에 따르면 8일 오후 1시14분쯤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초곡항 촛대바위 인근 공사현장에서 공사인부 1명과 구조에 나선 특공대원 1명 등 2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또 다른 특공대원 1명은 실종됐다.
공사현장 갯바위에서 고립된 인부 임모(64)씨는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진 뒤 3시간이 지난 오후 4시9분쯤 수색 중인 헬기에 숨진 채 발견됐다.
박권병(30) 순경과 김형욱(38) 경사 등 특공대원 2명은 갯바위에 고립된 인부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높은 파도에 휩쓸렸다. 이 사고로 박 순경이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김 경사는 실종된 상태다. 구조 활동을 도운 이병진(34) 경장은 왼쪽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해경은 현장에 해경 함정 5척과 헬기 3대, 민간어선 1척을 투입해 밤늦게까지 실종자를 수색했다. 이날 공사현장에는 모두 7명의 인부가 촛대바위 인근에 현수교 설치공사를 위해 오전 8시쯤부터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후 들어 파도가 높아지자 철수를 결정했으며 갯바위를 걸어서 빠져나오던 중 파도에 휩쓸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2명의 인부는 갯바위를 무사히 빠져나왔고 숨진 임씨가 3번째로 빠져나오려는 순간 높은 파도가 밀려와 임씨를 덮쳤다.
이날 오후 동해안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됐으며 현장에는 3m 높이의 높은 파도가 일었다.
실종 신고를 받고 급히 출동한 동해해경본부 특공대원들은 높은 파도로 인해 갯바위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인부를 차례로 구해냈다.
실종된 김 경사와 고 박 순경은 고립된 2명의 인부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명을 추가로 구조하기 위해 갯바위로 이동하던 중 높은 파도가 밀려와 김 경사와 박 순경을 집어삼켰다.
2012년 4월 경찰에 투신한 박 순경은 4년간 인천해경 312함정에서 중국 어선 단속업무를 맡아오다 지난 2월 특공대에 배치됐다. 그는 국민안전처 장관 표창을 받는 등 누구보다 솔선수범한 모범 공무원이었다. 박 순경은 3살 된 딸을 두고 있으며 아내가 둘째아이 출산을 불과 3개월 앞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002년 4월 임용된 김 경사는 14년간 특공대에서 근무한 배테랑 해경이다. 김 경사 역시 국민안전처 장관 표창을 비롯해 12개의 표창을 받을 정도로 모범이 되고 어려운 일에 항상 앞장서 왔다. 해양경찰관인 아내와 5살 딸, 2살 아들을 두고 있다.
동해해경 관계자는 “금일 숨지거나 실종된 대원 2명은 높은 파도가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전혀 굴하지 않고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며 “동해해경은 실종된 김 경사를 찾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척시는 촛대바위 인근에서 아치교 13.5m와 현수교 55m, 전망테크 165.7m 등을 설치하는 해안녹색 경관길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삼척=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둘째 아이 출산 앞두고… 구조 위해 몸 던진 해경대원
입력 2016-11-08 21:37 수정 2016-11-09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