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로 내정됐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8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 지명철회에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스스로를 “녹아 없어지는 얼음”이라고 해 여야가 새로운 총리 후보에 합의할 경우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김 전 부총리는 박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직후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명철회란 단어를 대통령이 썼느냐”며 “자진 사퇴는 없다. 지명철회는 대통령이 지명철회라고 얘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사퇴하지 않아서 국정이 꼬였다는 주장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여야가 (새 총리를) 합의하면 녹아서 없어지는 얼음”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총리 임명 합의를 하지 않아 자신이 내정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오후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선 자신이 총리 내정자로 지목돼 정국 수습에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그는 “내가 총리직을 수락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한다고 약속했다”며 “(대통령에게) 수사를 받으라고 얘기했다. 결국 수사를 받는다고 대통령이 이야기하지 않았나. 내가 들어감으로써 그런 약속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 입장은 여야와 청와대를 합의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김병준 “나는 녹아 없어지는 얼음”
입력 2016-11-08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