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추천권 국회로 넘어왔는데… 野끼리도 ‘셈법’ 제각각

입력 2016-11-09 00:01 수정 2016-11-09 00:36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신임 국무총리 추천을 공식 요청하면서 차기 총리를 둘러싼 물밑 논의가 시작됐다.

야권은 “총리 인선을 말할 때가 아니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여당과의 관계, 야권 내 진영논리에 따른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여야는 물론 야당 간, 유력후보 간 호불호도 명확해 협의가 시작되더라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차기 총리는 개헌 문제를 다룰 가능성도 높다. 총리 후보군을 둘러싼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그려지고 있다.

현재 야권 내에서 정파를 떠나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다. 모두 여권 경력이 있어 여당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박 대통령에게 이들을 총리 후보로 제안한 적이 있다. 두 명 다 개헌론자다.

민주당의 4·13총선 승리에 기여한 김 전 대표는 야권 내 지지 세력도 적지 않다. ‘경제 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에도 강점이 있다. 대선 주자인 손 전 대표 역시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둘 다 야권 내 비토 세력이 확실하다는 단점도 있다.

김 전 대표는 일찌감치 문재인 전 대표와 갈라섰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가 총선 이후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각을 세워왔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손 전 대표에 대해서도 두 야당 간 입장이 엇갈린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후임 총리는 정치력이 필수조건이므로 손 전 대표가 최적 후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정계복귀와 동시에 탈당한 손 전 대표에 대한 원성이 높다.

민주당에서는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6선의 문희상 의원 등이 거론된다. 남 전 장관은 문 전 대표와 주기적으로 회동하며 정치적 조언을 하는 사이다. 안 전 위원장도 2014년 당시 박영선 원내대표가 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야권 원로다.

김대중아카데미 김성재 원장도 하마평에 올랐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김 원장을 총리 후보군으로 접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 대표가 과거에도 상의를 많이 해왔다. 이번에도 ‘거국내각 후보에 거론되더라’ 정도의 얘기였다”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가 박지원 위원장에게 총리직을 제안했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 후보는) 대권 생각이 없고, 오랜 경험과 정치권 인맥이 있는 사람이 좋다”며 박 위원장과 김한길 전 의원 등을 언급했다. 온라인에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신임 총리로 추대하자는 추천 운동도 벌어졌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