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정권이 흔들리면서 미국이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스캔들의 최대 승자는 북한과 중국이며, 차기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 지역의 골칫거리를 하나 더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WP는 7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한국의 괴이한(bizarre) 스캔들이 미국에 큰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WP는 박 정권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도입을 결정하고 일본 아베 신조 우파 정권과의 위안부 문제 합의 등을 이끌어내면서 미국의 이익에 부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로 정치적 타격을 입으면서 자칫 동북아의 한·미·일 동맹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WP는 최순실 게이트가 미국 입장에서 최악의 타이밍에 터졌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레임덕을 맞은 틈을 타 중국은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고,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필리핀은 탈동맹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및 핵탄두 소형화에 열을 올리면서 동북아 평화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미국과 더불어 강경한 대북 정책 기조를 이어온 박 정권의 타격으로 대북제재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정치권은 이번 게이트로 박 대통령이 물러나고 야당이 내각을 차지할 경우 한·미의 동반자 관계도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임기 말의 오바마 행정부는 사실상 외교 문제에서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어 미국의 새 대통령이 들어설 때까지 동북아 정책이 표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WP “한국의 괴이한 스캔들이 미국에 큰 손실을 끼치고 있다”
입력 2016-11-08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