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끼고 집 사는 ‘갭 투자’ 인기… 역전세난 땐 낭패
입력 2016-11-09 18:31 수정 2016-11-09 21:52
신규 분양시장 규제책인 11·3 대책 발표 이후 수요자의 관심이 기존 아파트로 쏠리고 있다. 특히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갭(Gap)’ 투자가 인기를 끄는 모양새다. 다만 내년 이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과잉·역전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무분별한 갭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비강남권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갭 투자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갭 투자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이나 대출을 끼고 최소 자금으로 주택을 매입한 뒤 시세 차익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갭) 만큼만 투자해서 집을 사는 것이다. 일례로 매매가격이 2억원이고 전세가격이 1억7000만원이면 차액인 3000만원으로 우선 아파트를 매입한다. 이후 2년 뒤 전세기간이 만료할 때 이를 매도해 수익을 얻는 셈이다.
갭 투자 열기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월별 전·월세 거래량 중 전세 비중은 지난 3월 61.9%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10월 68.7%까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갭 투자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집값 상승기에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곳에서 많이 이뤄지는 갭 투자는 올해 들어 주로 성북구와 강서구 등에서 성행했다. 11·3 대책 이후에는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전세값을 높여 투자에 활용하는 갭 투자가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갭 투자로 샀다가 전세로 내놓은 주택의 집값이 떨어질 경우 ‘깡통전세’(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이미 내년 전국 집값과 전셋값이 각각 0.8%와 1.0%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이후 준공물량이 크게 늘어 공급과잉과 미분양, 역전세난이 올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인 갭 투자보다 향후 가격 변동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