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8일 삼성전자와 대한승마협회, 한국마사회를 동시 압수수색한 배경에는 ‘정유라 특혜지원’ 의혹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 등이 개입한 최순실(60)씨 딸 정유라(20)씨의 독일 승마훈련 지원 과정에서 일부 불법적인 요소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최씨의 알선수재 혐의에 집중하고 있다. 최씨가 삼성 측으로부터 사업상 편의 등 모종의 청탁과 함께 자금을 지원받은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수사 경과에 따라 최씨가 뇌물수수죄의 공범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도 압수수색 과정에서 구체적 청탁 내용이 드러나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은 일단 “삼성 측은 아직 피의자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삼성이 지난해 9월 이후 독일 코레스포츠로 송금한 280만 유로(당시 환율 약 35억원)의 성격에 주목한다. 삼성은 지난해 8월 최씨 모녀가 소유한 코레스포츠와 10개월짜리 컨설팅 계약(말 구입·관리 및 숙소 운영 등)을 맺고 네 차례에 걸쳐 돈을 지원했다. 코레스포츠는 이후 비덱스포츠로 이름을 바꿨지만 최씨 모녀가 지분을 100% 소유한다는 점은 동일했다.
삼성은 최초에 계약금을 보낸 뒤 현지에서 사용한 금액을 추가로 지원요청하면 돈을 보내는 ‘실비정산 방식’으로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지원 방식을 선지급에서 실비 정산으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돈의 사용처 등을 의심해 철저히 관리하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삼성이 컨설팅 계약이라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결과적으로 최씨 모녀에게 직접 돈을 건넸다고 의심하고, 8년 만에 삼성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실제 이 돈은 정씨의 말 구입과 전지훈련 등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대한승마협회장(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자금을 전달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독일에서 최씨를 직접 만나 협력방안을 협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삼성 측은 최씨와 직접 만나 계약한 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4일과 5일 대한승마협회 박모 전 전무 등을 불러 조사했다. 박 전 전무는 정씨가 포함된 승마선수들의 전지훈련 계획을 담은 ‘중장기 로드맵’을 고안해 삼성 측에 제안하고, 코레스포츠를 마케팅 회사로 계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승마업계에 넓은 인맥을 갖춘 실력자로 평가받는 박 전 전무는 최씨와 함께 삼성그룹을 압박해 지원금을 이끌어낸 당사자로 의심받고 있다. 정부의 실력자가 개입해 박 전 전무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국마사회는 ‘정유라 맞춤형 지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하고, 대한승마협회 요청으로 박재홍 전 마사회 승마감독을 독일에 파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삼성전자 황성수(54) 전무를 불러 자금지원 경위를 캐물었다. 황 전무는 현재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이다. 조만간 박상진 사장도 소환될 방침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정유라의 馬’ 고리로 崔 ‘뇌물죄’ 묻는다
입력 2016-11-09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