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다시 모였다. 다들 표정이 비장했다. 중앙아시아 복병 우즈베키스탄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내비쳤다. 최근 뒷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수비수들은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캐나다와의 평가전(11일 오후 8시·천안종합운동장)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15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을 앞두고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소집됐다.
한국은 2차 예선에서 무실점 8전 전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최종예선에선 이란에 0대 1로 패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2승1무1패(승점 7)로 A조 3위에 머물러 있다. 수비 조직력이 흔들린 탓이었다.
최종예선 A조에 편성된 국가들은 한국의 전력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약점을 찾아냈다. 바로 헐거운 수비 조직력이었다.
상대국들은 한국 수비진의 측면과 중앙 사이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특히 위험지역에 한국 수비수들의 파울을 유도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9월 1일 열린 중국과의 1차전을 돌아보자. 중국은 1-3으로 따라붙은 후반 32분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파울을 유도한 다음 하우준민의 날카로운 오른발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전문가들은 한국 수비수 개인이 아니라 팀의 수비 전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축구에서 수비는 수비수들만의 임무가 아니다. 공격수가 전방에서 상대를 압박해 주고, 미드필더들은 상대의 공격을 지연시켜야 한다. 그래야 수비에서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지난 4차례 경기에서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수비를 위해 같이 움직이지 못했고, 그 결과 수비수들의 실수가 쏟아졌다. 매 경기 포백 조합이 바뀌는 것도 수비 불안을 가중시킨 요인이다(그래픽 참고). 주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는 경우도 있었다. 본래 센터백 또는 중앙 미드필더인 장현수가 고육지책으로 우측 풀백으로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불안한 좌우 풀백을 정비하기 위해 이번에 총 5명(박주호·윤석영·김창수·최철순·홍철)의 풀백을 차출했다. 박주호는 이날 훈련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경기들을 보니 측면 수비에서 실수가 많이 나왔다”며 “수비수들이 바뀌면 맞춰 왔던 간격이 무너질 수 있다. 기존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허술한 수비 조직력과 함께 리더 부재도 약점이다. 중국전에서 3-0으로 앞서다가 역습을 당해 3-1로 쫓겼을 때 한국 선수들은 당황해 우왕좌왕하다 3분 만에 추가골을 내줬다. 이럴 때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는 리더형 수비수가 필요하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호’는 리더형 수비수 홍명보를 앞세워 4강 신화를 썼다. 홍명보는 위급한 상황에서 수비진을 영리하게 컨트롤했다.
‘슈틸리케호’에서 홍명보와 같은 역할을 할 선수로는 곽태휘가 꼽힌다. 35세의 베테랑 수비수인 곽태휘는 리더십과 강한 피지컬, 제공권 등 두루 갖추고 있다. 곽태휘를 중심으로 수비라인을 정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에서 가장 좋지 않았던 것은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은 것이다. 캐나다전에서 이겨 자신감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지난번 해산 이후 선수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모두 우즈베키스탄전에선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역대 전적에서 9승3무1패로 앞서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은 2차 예선에서 7승1패로 강호 북한을 제치고 H조 선두에 올랐을 만큼 전력이 탄탄하다. 최종예선에서 시리아(1대 0 승), 카타르(1대 0 승)를 잡은 뒤 이란(0대 1패)에 패했지만 중국(2대 0 승)을 꺾고 다시 상승세를 탔다. 3승1패(승점 9)를 거둔 우즈베키스탄은 A조 2위에 올라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전을 치를 23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FC 서울과 울산 현대에서 활약한 ‘지한파’ 세르베르 제파로프는 이번에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알렉산더 게인리히와 오딜 아메도프 등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이 다수 포함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더 이상 실점은 없다”… 배수진 친 수비진
입력 2016-11-09 00:03 수정 2016-11-09 0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