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언론과 리서치 업체들이 미국 대선 결과 예측을 시시각각 내놨지만, 진짜 승자가 누구인지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이번처럼 혼전을 거듭한 선거에서는 특히 그렇다. 미 CNN방송은 8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 개표 결과를 지켜볼 때 주목해야 할 7가지 포인트를 제시했다.
①트럼프가 꼭 잡아야 하는 지역: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역전을 이루려면 4년 전 대선 때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이겼던 노스캐롤라이나와 애리조나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져갔던 플로리다, 오하이오, 아이오와주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이 중 한 곳이라도 놓친다면 선거인단 과반(270명)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 5개주에다 메인주 제2선거구까지 잡아도 선거인단 270명에는 10명 정도 모자란다. 따라서 나머지 경합주(뉴햄프셔, 네바다)나 민주당 우세 지역(콜로라도,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일정 부분을 가져와야 당선이 가능하다.
②클린턴이 꼭 잡아야 하는 지역: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일단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오대호 주변 3개주(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트럼프도 이들 3곳 공략에 힘을 쏟았지만 여론조사에선 클린턴이 우위를 나타냈다.
클린턴은 오대호 3개주에서 이기고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오하이오 중 1곳을 잡는다면 당선권에 도달한다. 노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는 경합지역, 오하이오는 공화당 우세 지역이다. 이들 3곳을 모두 놓칠 경우에는 버지니아와 콜로라도, 뉴햄프셔, 네바다에서 이겨야 한다.
③히스패닉 표 쏟아질까: 히스패닉 투표율 증가도 선거 변수 중 하나다. 네바다와 플로리다 등 여러 지역 조기투표에서 히스패닉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정치에 별 관심 없던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트럼프 때문에 투표소로 나선 모습이다. 트럼프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를 비하하고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워 히스패닉의 반발을 불렀다. 클린턴 입장에서 히스패닉 표는 흑인 투표율 감소를 상쇄할 든든한 원군이다.
④흑인 표 줄어드나: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흑인 투표율 급등에 힘입어 당선됐다. 백인 후보끼리 맞붙은 이번 선거에선 흑인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흑인 유권자는 민주당의 확실한 지지 기반이기 때문에 흑인 표 감소는 클린턴에게 불리한 요인이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클린턴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서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⑤‘숨은 트럼프 표’ 얼마나 될까: 트럼프의 확실한 지지 기반은 저학력 블루칼라(육체노동자) 백인 남성이다. 여기에 자신의 보호무역주의, 반이민 정책에 공감하는 부동층 및 일부 민주당 지지자도 포섭하려 애썼다. 이런 유권자 중 상당수가 여론조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숨은 표’라는 게 트럼프의 주장이다. 극단적 정책과 막말 때문에 대놓고 지지한다고 말하지는 못하던 사람들이 투표소에선 자신을 찍을 것이라는 얘기다.
⑥공화당의 ‘포스트 트럼프’ 향방: 공화당은 정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여러모로 난감했다. 트럼프의 설화(舌禍)가 터져 나올 때마다 해명하고 수습하기에 바빴다. 음담패설 파문이 불거졌을 때는 당 지도부와 상당수 의원이 트럼프에 등을 돌리기도 했다. 대선 이후 공화당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선에서 지더라도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이겨 양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면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출발할 수 있다.
⑦패자는 패배 수용할까: 선거에서 진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 혼란이 이어질 수 있어 깨끗한 승복도 중요하다. 앞서 트럼프는 “선거가 조작됐다”며 불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달 3차 TV토론에선 “패배 시 결과를 수용하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때 가서 말하겠다. 애간장을 태우도록 내버려 두겠다”고 말했다.
패배한 후보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영향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패자가 불복하고 후속 조치에 나서면 대선 이후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 선거 결과가 초박빙인 경우 패자가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2016 미국의 선택] 클린턴, 경합주 4곳 중 한곳만 잡으면 이긴다
입력 2016-11-09 0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