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최고위층이 삼성그룹을 상대로 최순실(60·구속)씨 딸 정유라(20)씨의 승마선수 활동을 지원하도록 사실상 송금 압박을 한 것으로 8일 전해졌다. 검찰은 이 송금의 성격과 배경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삼성전자, 한국마사회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비덱스포츠의 전신 코레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280만 유로(35억원)를 전달한 배경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한 승마협회 박모(66) 전 전무를 지난 4일부터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박 전 전무는 지난해 7월쯤 선수 1명당 100억원씩 총액 600억원에 달하는 지원 프로젝트를 마련, 삼성 측에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삼성이 코레스포츠를 지원할 때 외압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씨 특혜 의혹과 관련해 삼성 측 관계자로부터 최씨와 연결된 청와대 최고위급 인사와 문화체육관광부 간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모든 사실은 검찰에서 소상히 밝히고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삼성이 35억원을 4차례에 걸쳐 ‘쪼개기’ 송금한 경위도 파악 중이다. 삼성은 애초 선수금 방식으로 보냈지만 두 번째부터 사후정산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권력의 개입, 최씨와 비덱스포츠의 연관성 등을 감지한 삼성이 최대한 정상거래처럼 보이려고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체부는 정씨가 우승하지 못했던 2013년 4월의 경북 상주 춘계승마대회와 관련해 승마협회 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정씨에게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감사 결과를 작성한 문체부 공무원들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최씨의 국정농단과 관련돼 이름이 거론되는 김종(55) 당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가 이후 문체부 2차관으로 취임했다.
검찰은 삼성전자 대외협력본부와 대한승마협회, 마사회 등 9곳을 압수수색했다. 승마협회 부회장인 삼성전자 황성수(54) 전무도 불러 조사했다. 현대자동차의 대관업무 담당 부사장도 조사받았다. 현대차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204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28억원을 출연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점은 다음주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관련기사 4면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청와대 고위층 “정유라 지원” 송금 압박했다
입력 2016-11-08 18:03 수정 2016-11-09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