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전날인 7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막판 총력전을 펼치며 ‘굳히기’에 주력했다.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를 찾아 투표를 독려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첫 합동 유세를 갖고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클린턴과 오바마 대통령 부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딸 첼시가 총출동한 ‘전·현직 대통령 부부 합동 유세’는 선거전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저녁 클린턴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인디펜던스홀 광장에 마련된 연단에 오르자 4만명이 환호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무엇에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닌, 무엇을 위해 투표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는 클린턴의 외침에 지지자들은 대선 슬로건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Stronger together)’가 새겨진 팻말을 흔들며 화답했다.
오바마 부부는 클린턴에 앞서 연단에 올라 지원사격에 나섰다. 오바마는 “(트럼프를) 반대하기 위한 투표에 만족하지 말라”며 “여기 지지를 보낼 만한 놀라운 후보가 있다”고 클린턴을 치켜세웠다. 또 “악랄하고 터무니없는 비방에도 클린턴은 굴복하지 않았다”며 “클린턴은 미국인처럼 강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USA’라는 외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미셸 여사는 “내일 우리는 분열과 공포를 조장하는 이들에게 맞설 기회를 갖게 된다. 유권자는 미국이 언제나 위대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며 ‘전직 퍼스트레이디’에게 1표를 당부했다.
함께 선거전을 치러온 클린턴의 가족도 마지막까지 힘을 보탰다. 딸 첼시의 손을 잡고 연단에 선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은 변화를 위한 선거”라며 “우리는 함께 전진할 것인지, 아니면 후퇴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힐러리는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며 아내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연설에 앞서 펼쳐진 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본조비의 공연은 유세장에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이날 오전부터 이어진 유세에서 클린턴은 줄곧 ‘통합’을 강조했다. 클린턴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우리는 어둡고 분열된 미국을 받아들일 수 없다. 희망이 넘치고 포용력이 있으며 관대한 미국을 위해 투표장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찾은 미시간주 앨런데일에서도 “우리는 단합하고 회복해야 한다”며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를 존중하자”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8일 새벽 2시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 유세에서 ‘상위 1%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 정책’을 역설하면서 100일 넘게 이어진 선거전을 마무리했다.
클린턴은 뉴욕 맨해튼의 제이컵 K 재비츠 센터에서 개표를 지켜봤다. 클린턴 측은 당선을 자축하기 위한 불꽃놀이를 돌연 취소했다. 승리를 ‘기정사실화’한다는 시선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끝까지 나홀로 행보였다. 대선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를 돌며 "부패한 정치를 바꿀 마지막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정치권을 비판했고, "힐러리 클린턴은 실패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잠들지 않는 트럼프"라며 금빛 전용기를 타고 지난 17개월 선거운동의 종지부를 찍는 트럼프의 강행군을 묘사했다. 트럼프가 선거운동 마지막 이틀간 이동한 거리는 4800㎞나 된다.
마지막 날 유세 일정 테이프는 플로리다에서 끊었다. 트럼프 캠프는 당선을 위해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최대 경합주 플로리다를 무조건 챙겨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지역 조기투표에선 히스패닉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멕시코인을 '강간범'으로 묘사하거나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발언했던 트럼프에겐 부정적 신호로 읽힌다. 그는 오전 새러소타 유세에서 "플로리다를 얻게 된다면 백악관도 되찾을 것"이라며 "나의 승리로 부패한 워싱턴의 기득권층을 깨끗이 몰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 롤리로 옮긴 그는 "여러분과 가족의 꿈이 실현될 날이 반나절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빚더미에 앉고 우범지역으로 전락한 미국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뿐"이라고 주장했다. "코미, 당신은 해고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면서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불기소 처분한 미 연방수사국(FBI) 제임스 코미 국장을 재차 비난했다.
뉴햄프셔와 미시간 유세에선 부통령 후보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와 가족이 합류했다. 뉴햄프셔 맨체스터에서 딸 이방카 트럼프는 "내일이 또 다른 위대한 날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내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자정을 넘겨 찾은 마지막 유세 현장은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였다. 전날 돌아봤던 전통적 민주당 표밭을 다시 찾은 것이다. 미시간주는 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러스트 벨트(Rust belt)' 중 한 곳이다. 백인 중산층 이하 노동자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광부와 철강 노동자, 여성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오늘은 우리 독립기념일이다. 미국의 노동자 계급이 마침내 반격하는 날"이라며 각계각층의 동참을 호소했다. 공화당 내부에선 "트럼프가 미시간을 잡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와 거리를 뒀던 공화당 권력서열 1위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이 돼서야 트럼프 이름을 거론하며 공화당을 지지해 달라고 밝혔다. 라이언은 CNN방송에 "클린턴은 기밀 누설로 국가를 위험에 빠뜨린 사람"이라며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에게 투표해 클린턴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서진 않았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2016 미국의 선택] ‘100일 전쟁’ 끝… 새 역사가 시작됐다
입력 2016-11-08 18:18 수정 2016-11-09 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