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8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오전 국회를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 수습을 위해 여야가 추천한 총리를 임명하라는 야권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야권이 주장해온 국회 추천 총리 임명 요구를 받아들이고, 총리에게 헌법이 규정한 모든 행정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뜻이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내정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야권은 실질적인 총리 권한 보장,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등이 전제되지 않았다며 이 제안을 일단 거부하기로 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거국중립내각으로 가기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권력구조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만큼 정국 혼란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정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저의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해 의장님을 만나 뵈러 왔다”며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서민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으고 국회가 적극 나서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나중에 그 문제(총리 권한)에 대한 논란 없이 국민들이 보기에 깔끔하게 정국이 정리돼야 한다”며 “힘들더라도 국민과 국회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언급이 총리의 각료 임명제청권, 각료 해임건의권을 비롯해 헌법이 규정한 총리 역할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헌법이 규정한 모든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향후 정국을 수습해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헌법 86조 2항)는 총리의 권한·역할을 모두 보장한다는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은 야권이 요구한 ‘2선 후퇴’ 여부에 대해선 공식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선 후퇴’는 정치적 용어이며, 법률상 용어가 아니다”며 “일단 영수회담을 통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박 대통령 제안은 총리 권한 보장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거부했다. 야권은 이날 오후 열린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박 대통령이 제안한 ‘총리의 실질적 내각 통할권’의 범위를 문제 삼았다. 특히 야당 원내대표들은 총리의 국무위원 임면권 보장 여부, 청와대 비서실의 간섭 가능성 등을 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 새누리당 의견을 대변하게 된다”며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민주당 역시 국회 주도의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선 탈당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혁상 강준구 기자 hsnam@kmib.co.kr
朴 “국회서 총리 추천”… 野 “2선후퇴 밝혀라”
입력 2016-11-08 18:01 수정 2016-11-09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