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권력 업고 CJ 타깃으로 ‘작전’ 진행 의혹

입력 2016-11-08 18:08

CF감독으로 명성을 떨쳤던 차은택(47)씨는 국정농단 사태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 사단의 ‘2인자’ 격이었던 차씨는 정권 곳곳에 포진된 ‘권력’을 등에 업고 정부의 문화창조융합 사업을 주물렀다. 이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CJ그룹도 차씨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차씨의 이름이 정부 추진 사업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서다. 6개월 후인 지난해 4월 차씨는 창조경제추진단장과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란 직책을 동시에 갖게 된다. CJ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을 직접 관장하는 인물로 차씨가 등극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차씨가 문화융성위 위원으로 위촉된 때는 CJ그룹 이미경 전 부회장이 청와대 외압에 못 이겨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때와 겹친다. 또 최씨가 400억원 규모의 문화창조융합센터 계획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알려진 시기와도 비슷하다.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이듬해 2월 문화창조융합센터가 CJ E&M 사옥에 문을 열고, 차씨가 관련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CJ가 1조40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고양관광문화단지에 조성 중인 한류테마파크 K컬처밸리 사업도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애초 차씨가 이재현 회장의 사면이라는 약점이 있는 CJ를 타깃으로 삼아 차근차근 ‘작전’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CJ 측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CJ가 차씨의 존재를 인식한 것은 지난해 2월 정부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발표한 이후라는 것이다. CJ 관계자는 8일 “당시 내부에서는 갑자기 사업에 차씨가 등장하니 의아하다는 반응이 있었다”며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이니 사적으로 엮이지 말아야겠다는 정도의 인식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차씨가 CJ의 사업을 좌우했다는 것도 선뜻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차원의 사업계획 수립 과정에 차씨가 개입했을지는 몰라도 제안된 사업을 수행하는 CJ 경영활동에 개입한 흔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차씨가 문화산업 전반에 개입해 이권을 챙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J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힌 걸 알고 자발적으로 ‘충성’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실무선에선 차씨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차씨는 미르재단을 비롯해 아프리카픽처스와 더플레이그라운드, 머큐리포스트 등 여러 업체를 통해 기업들로부터 출연금을 받아내고, 정책사업을 따냈다. 차씨는 이 과정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차씨는 우 민정수석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우 수석이 봐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글=정현수 김혜림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