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9일 오후 결과가 나오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우리나라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제일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물론 한·미동맹에 호의적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동맹국의 ‘공정한 부담’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 올해 낸 방위비 분담금은 9441억원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무상 공여하는 미군기지 부지 비용은 분담금에 산정되지 않는다. 현행 분담금은 2014년 2월 체결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9200억원으로 결정됐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인상하되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했다. 다음 협상이 시작되는 2018년 무렵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협상 상대가 트럼프 행정부라면 미국 측은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동맹국이 분담금을 100% 내는 건 왜 안 되느냐”고 밝히는 등 여러 차례 극단적인 발언을 했다. 한국은 현재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말처럼 된다면 분담금은 2조원으로 치솟는다.
한국이 이를 거절하면 미국 측은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미 관계가 급속히 냉각돼 대북 공조 등 안보 협력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내년 중 예정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철회 등 극단적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힐러리 행정부 역시 일정 부분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에 대한 미국인의 불만이 ‘트럼프 돌풍’으로 확인된 이상 힐러리 측도 이런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힐러리 후보는 지난 6월 “우리 친구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8일 “현재로선 트럼프 후보만이 동맹국의 분담금 증액을 주장하고 있어 그가 패배하면 이런 문제가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라면서 “클린턴 행정부는 지나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측의 문제제기로 일부 부담을 느꼈다면 일종의 ‘성의 표시’를 희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누가 당선돼도 한·미 관계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미동맹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미 대선 직후부터 차기 행정부와의 협조관계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美대선 누가 되든 주한미군 분담금↑
입력 2016-11-08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