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청년 실업·가계 빚 늘고 수출 쪼그라들어 ‘살얼음판’
입력 2016-11-08 18:42 수정 2016-11-08 21:45
한국경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새 경제사령탑으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7일 한국경제가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위험한 상황(如履薄氷·여리박빙)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경제문제를 하루도 늦출 수 없다며 임 위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할 정도다.
박근혜정부가 2013년 3월 본격 출범한 후 3년8개월 동안 경제는 늘 위기상황이었다. 각종 경기 진작책이 뒤따랐지만 생산·소비·수출 부진의 ‘트리플 다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 출범 당시와 현재 경제지표를 비교해보면 활력을 잃은 한국경제의 무기력증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청년실업률
고용노동시장에서 청년실업률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증가세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2013년 3월 8.6%에서 지난 9월 9.4%로 증가했다. 통계 작성 이래 9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청년을 포함한 전체 취업자 수는 2451만명에서 2653만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영향으로 취업자 증가폭이 줄고 있다는 게 문제다.
생산·소비·수출
수출은 우하향세다. 관세청이 집계한 수출 총액은 2013년 3월 473억 달러(약 53조원)에서 지난 9월 409억 달러(약 46조원)로 약 13% 감소했다. 소비 활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같은 기간 107.1에서 115.2로 7.5% 증가에 그쳤다. 3년6개월간 증가세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소비 진작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삼성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 등 영향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것도 악재다. 지난 9월 소매판매는 8월보다 4.5% 줄었다. 이는 2011년 2월(-5.5%)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에서 “소비, 투자 등 내수가 조정을 받으면서 생산도 부진한 모습”이라며 “미국 대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계·기업 경제심리 회복 지연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한국경제의 핵심 리스크로 꼽히는 가계부채 증가세도 뚜렷했다. 2013년 1분기 962조원에서 2016년 2분기 1257조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4년 8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규제완화책이 시작된 후 증가세가 확연하다. 2013년 1분기∼2014년 1분기 60조원 늘었던 가계부채는 2014년 1분기∼2015년 1분기 76조원, 2015년 1분기∼2016년 1분기 125조원 늘었다. 한국은행도 박근혜정부 취임 당시 2.75%였던 기준금리를 현재 1.25%까지 내렸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였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만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다음해 말 가계부채가 약 146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계부채가 폭증하는 사이 가구 소득은 ‘찔끔’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013년 1분기 419만3000원이었다. 지난 2분기 430만6000원으로 2.6% 상승에 그쳤다.
외환보유액
임 위원장은 외환보유액 등은 양호한 수준이라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초대형 위기는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외환보유액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양호해졌다. 2013년 3월 3274억 달러에서 지난 9월 3778억 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충분한 위기 대응능력을 갖추려면 1000억 달러는 더 있어야 된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담당하는 수출이 당분간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조사결과 4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본 국내 기업은 453곳 중 159곳(35.2%)이었다. 증가를 예측한 기업(22.6%)보다 많았다. 연구소는 “올해 연간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7% 내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보증권 김형렬 매크로팀장은 “가계·기업의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저하돼 있는 상황”이라며 “새 경제팀이 가계·기업이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여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