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1인 위해 개입? 불투명한 일처리… 마사회·승마협회 ‘檢 칼날’ 자초

입력 2016-11-08 18:54
검찰 관계자들이 8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특혜지원 의혹과 관련해 서울 송파구 대한승마협회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옮기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비슷한 시각 한국마사회 압수수색을 위해 경기도 과천 렛츠런파크(옛 경마공원)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는 검찰 관계자들의 모습. 뉴시스

‘최순실 게이트’로 8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한국마사회와 대한승마협회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특혜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승마 국가대표를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정씨 1인을 위해 두 기관이 개입한 정황이 하나둘 나오면서 검찰 수사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씨를 위한 두 기관의 불투명한 일처리는 승마협회가 지난해 10월 작성한 2020년 도쿄올림픽 겨냥 ‘승마 유망주 중장기 로드맵’이 대표적이다. 유망주를 위해 1인당 50억원씩 지원하다는 이 로드맵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정씨 혼자 독일 전지훈련을 떠났고 삼성에서 지원한 280만 유로로 정씨의 말 구입 절차가 진행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마사회 현명관 회장은 지난 국감에서 “마사회는 중장기 로드맵 작성에 연관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초안은 마사회가 작성한 정황이 불거진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정씨 개인교습을 위해 마사회 승마단 감독 박모씨를 독일에 파견한 것도 마사회와 승마협회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박씨는 자신을 독일에 보낸 것은 최씨와 현 회장이 논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정씨 관련 특혜 의혹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전북승마협회 박종소 전 회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씨 모녀는) 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 모녀가) 대한승마협회를 장악하려고 갖은 짓을 다했다. 나 같은 지방협회장까지 관을 이용해서 사표를 받도록 했다. 5∼6년 전에 승마협회 전무이사를 했던 사람이 (정씨에게 걸림돌이 될 사람들을 퇴진시키기 위해) 앞장서서 살생부 명단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맨’ 출신 현 회장을 중심으로 마사회와 삼성, 승마협회가 3각 편대를 이뤄 정씨 1인을 위한 특혜지원에 ‘올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승마업계 관계자는 “마사회와 승마협회는 따로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으로 보면 된다”면서 “불과 4년 전까지 마사회장은 승마협회장을 겸임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날 자신의 집무실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여러 의혹들이 불거졌지만 아직 사실로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