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회복의 엄중한 과제, 야당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입력 2016-11-08 19:13
우여곡절 끝에 국정 수습의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회동은 그렇게 해석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하며 김병준씨 내정을 사실상 철회했고, 정 의장은 이를 여야 3당에 전달했다. 국정 수습의 방향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쥐었다. 새누리당은 통제할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 새 총리를 통한 거국내각 구성, 국가 시스템을 바꾸는 개헌, 다음 정부를 세우는 로드맵 설정 등 ‘큰 정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두 야당이 공을 넘겨받았다. 다시 차버릴 수도, 드리블을 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국민이 이제 야당의 선택과 결정을 주시하게 됐다는 점이다. 지금 야권 대선주자들은 권력을 향한 고지가 아니라 국민이 지켜보는 시험대에 섰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서 늘 한 발씩 늦었고, 이번에도 그랬다. 총리 내정은 철회했지만 자신의 2선 후퇴 여부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형식도 의아하다. 직접 국회까지 갔는데 정 의장과 대화한 시간은 13분에 불과했다. 나라가 올스톱 상태인 판국에 행정부와 입법부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만나 할 얘기가 그렇게 없었나 싶다. 국민은 박 대통령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회 추천 총리’란 카드도 이런 민심에 부합하기엔 많이 부족하니 야당으로선 더 몰아붙일 명분이 충분하다. 박 대통령 입장을 전해들은 뒤 민주당은 국회 추천 총리에게 어디까지 권한을 준다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이 전제돼야 한다는 이유로 총리 추천 역할을 일단 유보했다.

쉬운 선택은 책임을 다시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일 테다. 하지만 ‘박근혜 퇴진’을 외친 촛불집회 함성에 담긴 의미를 진지하게 헤아려야 한다. 국민은 나라를 맡겼더니 나라답지 못하게 운영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광장에 선 것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염원에서였다. 이들이 원하는 건 어서 빨리 나라다운 모습, 위기를 수습하는 리더십, 제대로 돌아가는 국정을 되찾자는 것이다. 야당도 국정 중단의 엄중한 사태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정 의장 말대로 “당리당략을 벗어나 마음을 비우고 국민과 국가만 생각한다면” 해법이 나올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회마저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갈등에 휘말리는 상황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은 정말 기댈 곳이 없어진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 허약할 대로 허약해진 대통령과 여당을 대신해 국정을 이끌어간다는 자세로 수습에 나서야 할 것이다. 새로운 총리가 나오고 거국내각이 성사된다 해도 국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 이것은 나라를 바로세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국회는 수습과 규명을 통한 국정 회복의 엄중한 과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