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교단들이 최순실씨의 부친 최태민씨가 1970년대 대한구국선교단을 설립했을 당시 '교류 금지' '가입자 처벌' 등을 결의하며 일찌감치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가 당시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등에 업고 있었는데도 한국교회가 원칙을 지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재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1975년 3월 6일 당시 영애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으로 만난다. 그해 4월 29일 박 대통령의 후원을 받아 자신의 심복들을 중심으로 대한구국선교단을 설립했다. 5월에는 임진강에서 구국기도회를 갖고 박 대통령을 명예총재에 추대했다. 구국선교단은 최씨가 벌인 비리행각의 거점이었다. 이 단체는 추후 기독십자군을 설립하는데 여기에 강신명(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최훈(예장합동) 박장원(감리회) 목사 등 10개 교단 100여명의 목회자들이 참여해 한국교회가 최씨에게 부역했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예장통합(총회장 이성희 목사)은 그러나 75년 7월 총회 임원회를 열고 ‘통일교나 구국선교단 등 교단이 인정하지 않은 집단에 가입하는 것을 금하며 그런 기관에서 발간하는 신문 및 잡지에 투고하는 일을 삼가도록 교단지인 기독공보를 통해 공고한다’고 결의했다. 같은 해 12월 열린 임원회에서는 ‘구국선교단은 교단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므로 교단 산하 교직자와 교우는 이에 관여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로 결의했다.
이듬해 열린 61회 정기총회에서는 명확한 교류금지 규정을 마련했다. 예장통합 총대들은 ‘구국선교단은 교단과 관계없는 단체이므로 교단 목사는 이 단체에 가입하지 말고 가입한 자는 탈퇴하도록 노회에 지시해 주지케 할 것이며 총회지시를 순응치 않는 목사는 해당노회가 처벌하도록 한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예장통합 68회기 총회장이자 61회 총회에 총대로 참석했던 림인식(92·서울 노량진교회 원로) 목사는 8일 전화인터뷰에서 “당시 총회에선 구국선교단에 동참하는 목회자들이 늘고 있어 이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림 목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목사’라는 직분을 갖고 권력을 앞세워 목회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총대들 사이에 구국선교단과의 교류를 금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예장합동(총회장 김선규 목사)도 75년 6월 23일 최동진 당시 총회장 명의로 발표한 공고문에서 구국선교단을 불건전한 단체로 규정하고 참가나 협력을 금지했다.
이 공고문은 “근일 구국선교단 명의로 구국십자군이란 조직체를 가지며 목사들을 집총훈련으로 유인하는 단체가 있어서 교회를 현혹시키고 있다”면서 “산하 교회의 교직자나 성도는 이러한 불건전한 단체에 협력하거나 유혹되는 일 없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전명구 목사)도 당시 전국 감리교회 교역자를 상대로 구국선교단의 활동에 가담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기감 기관지 ‘기독교세계’ 76년 10월호에는 현 감독회장과 같은 역할을 했던 김창희 감독과 중부·동부·남부연회 감독들 명의로 ‘전국 교역자에게 알림’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현재 기감은 전국에 10개 연회를 갖추고 있지만 당시에는 연회가 이들 3곳뿐이었고 감독회장 호칭도 ‘감독’이었다.
이들은 “근간 교계에 물의가 되고 있는 구국선교단 및 통일교회의 초교파 운동 등은 우리 감리교회와 전혀 관계없는 기관”이라며 “이러한 단체 등에 일체 관여치 말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기감 출판국 관계자는 “교단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서 구국선교단에 가담하지 말라고 권고했다는 것은 당시 최씨가 벌인 활동이 얼마나 심각한 폐해를 끼쳤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박지훈 최기영 기자 Isaiah@kmib.co.kr
한국교회, 1970년대 최태민 구국선교단 ‘접촉금지령’
입력 2016-11-09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