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전쟁의 과오를 과거의 일로 돌리고 그에 대한 사죄를 끝내려 하지만 일본교회는 일본의 잘못을 진지하게 회개하고 이웃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행할 것입니다.”
하얀 장백의(長白衣)를 입은 일본루터교단(NRK) 목사들은 8일 제주 조천읍 제주명성아카데미하우스에서 과거 일본이 한국에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담담한 목소리로 용서를 구했다. 기독교한국루터회와 일본루터교단이 마련한 한·일루터교회 연합 평화예배에서다. 일본그리스도교연합교단(1967년)과 일본침례교연맹(1988년), 일본기독교회(1990년), 일본성공회(1996년)가 전쟁에 대한 책임을 고백하고 사죄한 적은 있지만, 일본루터교단이 용서를 구한 건 처음이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정신을 이어받은 양 교단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양국 화해의 초석이 되겠다는 결의를 다진 것이다.
양 교단은 이날 평화선언문을 통해 “500년 전 루터가 발견한 ‘믿음만으로’ ‘은총만으로’ ‘성서만으로’라는 종교개혁 3대 원리로 돌아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사명을 다할 것”이라며 “이 사명에는 목회자와 평신도의 구분이 없다”고 밝혔다. 평화선언문은 루터회 교회협력국장인 이병창 목사와 일본루터교단 사무국장인 애모토 신리 목사가 대표로 읽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양국 관계의 개선을 위해 힘을 쏟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담았다. 이들은 “루터는 95개조 논제 중 1논제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말씀하신 회개는 전 생애에 걸친 회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며 “우리도 내 속에 다툼과 차별과 편견 의식이 있음을 인정하고 하나님과 사람 앞에 회개한다”고 했다. 이어 “예수님이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도 주님의 권유대로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주님의 평화가 실현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국 사이에는 아직 국가와 민족 간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과제가 많지만 선한 방법으로 하나 되게 해주시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아무리 큰 장벽이라도 제거될 것”이라며 “평화의 주님께서 그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양국 간 화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제도 제시했다. 일본이 우경화되는 것을 막고, 양국 간 확산되고 있는 혐오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기도하기로 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슬픔을 치유하고, 한반도의 분단을 해소하기 위한 기도도 함께하기로 했다.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통해 경험한 인간의 무력함을 기억하고, 양국의 교회와 젊은 세대간 교류를 위해 기도하자는 내용도 선언문에 담았다.
이날 연합예배에 앞서 유시경 대한성공회 신부는 ‘한국루터교회를 위한 일본선교 제안’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어 한국에선 남상준 루터대 교수가, 일본에선 시라이 마사키 목사가 각각 ‘성서에서 본 평화’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제주=글·사진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日루터교단 “일본의 전쟁 과오 회개합니다”
입력 2016-11-08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