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평범한 학부모들도 ‘국정교과서 사용 반대’ 목소리

입력 2016-11-08 18:41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국정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며 인터넷(구글 독스)에 올린 선언문. 구글 독스 캡처

디자이너 정성현(39)씨는 7살, 4살 난 두 아이의 아버지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할 정도로 사회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이가 생기며 자연스레 사회문제에서 몸과 관심이 멀어졌다. 하지만 그는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며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정씨는 8일 “두 아이가 제대로 된 역사를 배웠으면 좋겠다. 그런데 국정 역사 교과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성주(59·여)씨는 음악교사의 어머니다. 교사인 아들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최씨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했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역사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반대성명을 낼 때면 멀리서 응원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온갖 반대에도 국정 역사 교과서를 추진하는 정부의 모습에 결국 직접 나서기로 했다.

정씨와 최씨 같은 사람 129명이 모였다. ‘국정 교과서 사용중지를 요구하는 대한민국 학부모들 일동’이라고 자신을 밝힌 이들은 7일 SNS와 구글 독스를 통해 ‘국정 교과서 사용반대 학부모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국정 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칠 수 없다”며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국정 교과서 사용을 즉각 중지하고 역사학계, 시민사회, 교사, 학부모가 중심이 된 ‘역사교육 개선 특위’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부가 이를 거부한다면 “국정 교과서가 아닌 교과서 중심의 역사 교육이 진행되도록 법적 투쟁을 비롯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독스로 선언문에 공감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들의 서명을 받았다. 선언문을 발표한 지 하루가 지난 8일 낮 12시 현재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선언문이 퍼지며 서명자는 계속 늘고 있다.

최씨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우리끼리 뭐라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는 22일까지 5000명 정도 서명 받는 것이 목표였는데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공감해줘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22일까지 국정 교과서 사용반대 서명을 받은 뒤 서울 중구 프란체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역사학계와 교육감들에 이어 전국역사교사모임도 7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국정 역사 교과서를 반대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