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국, 생애 첫 K리그 MVP 수상… 광주서 ‘부활의 찬가’ 불렀다

입력 2016-11-08 21:19 수정 2016-11-09 09:28
광주FC 정조국(왼쪽)이 8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후 부인인 탤런트 김성은씨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시스

광주FC 공격수 정조국(32)이 2016년 프로축구 K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다.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처음 쓴 왕관이다. 지독한 슬럼프로 친정에서 방출된 설움을 극복하고 새 둥지에서 부활의 찬가를 불렀다.

정조국은 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109표 중 가장 많은 46표(42.2%)를 받아 MVP로 선정됐다. 2위 득표(39표)한 서울 주장 오스마르 바르바 이바네즈(28·스페인)를 7표 차이로 따돌렸다.

정조국은 K리그 클래식 31경기에서 20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 부문 1위, 공격포인트 부문 2위다.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3월 미디어데이에서 “득점왕을 차지하기 위해 20골이 필요하다”고 했던 공약은 지난 5일 수원 삼성과 1대 1로 비긴 광주의 올 시즌 최종 3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28분 터뜨린 동점골로 지켜졌다.

정조국의 축구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2003년 서울의 전신 안양 LG에서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촉망받는 기대주였다. 그해 32경기에서 12골을 넣고 리그 신인왕을 수상했다. 정교하게 슛을 때린 그의 별명은 ‘패트리어트미사일’이었다. 투톱으로 정조국과 박주영(31·서울), 중원에 이청용(28·크리스털팰리스)과 기성용(27·스완지시티)으로 무장한 2000년대 중반 서울의 공격진은 단연 아시아 최강이었다.

하지만 해외로 진출한 2011년부터 축구인생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프랑스 오세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한 시즌 만에 낭시로 임대됐다. 해외에서 2년 동안 남긴 성적은 4골. 2012년 서울로 복귀하고 이듬해부터 2년 동안 안산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했지만 다시 돌아온 친정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올해 사실상 방출됐다.

광주에서 정조국은 부활의 날갯짓을 펼쳤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얕은 광주에서 출전 기회가 늘면서 골 감각은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정조국은 쉴 새 없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광주가 시즌 내내 기록한 41골 중 절반에 가까운 20골을 혼자 책임졌다. 나락으로 떨어진 줄 알았던 정조국의 축구인생은 그렇게 두 번째 전성기에 들어섰다.

정조국은 MVP를 수상한 뒤 “정말 많이 힘들었다. 축구선수 정조국을 가장 좋아하는 정태하(아들)군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