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탈당 요구엔 답 없고 자기 할 일도 언급 안해”

입력 2016-11-08 18:43 수정 2016-11-08 21:43
심상정 정의당 대표(오른쪽) 등 야당 의원들이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러 국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손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청와대 여성 경호원이 심 대표 앞을 가로막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야권은 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추천 국무총리 수용 결정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총리가 내각을 통할하는 구상이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의미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고, 실현될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야당은 일단 총리 추천 협의를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내각 지명권을 국회에 주겠다는 것인지 내정에 간섭을 안 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그 부분을 거듭 물어봤는데 대통령은 ‘실질적으로 통할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하고 갔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과 정 의장 면담 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고작 13분 회동에 대통령이 한 말은 달랑 세 문장”이라며 “90초 사과와 9분 재사과의 재판”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당 의원 45명은 성명을 내 “최순실이 박 대통령을 조정해 국정을 농단했듯이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를 조종해 계속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예 “똥은 자기(박 대통령 지칭)가 싸놓고 우리더러 치우라고 하면 되나”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또 “대통령이 탈당 요구에는 답이 없고 자기 할 일은 말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정 의장 주재로 모인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총리 추천 협의는 시작도 못하고 헤어졌다. 야당은 실제 총리 인선 논의에 들어가면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국면이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가세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조각권과 국정 전반을 맡기고 대통령은 2선으로 물러나는 게 거국내각의 취지”라며 “총리가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건 (이미) 헌법에 규정돼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서울 여의도 식당에서 고건 이해찬 전 총리,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만나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결자해지하고 헌법 틀 내에서 정치적 해법을 도모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배석했던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비상시국 수습을 위한 ‘정치지도자회의’(가칭) 소집을 제안했다. 안 전 대표는 “여야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함께 국정을 수습하자”고 했다. 안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만나 해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대통령 제안을 호평했던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이후 “조각에 대한 총리 권한을 전적으로 인정한다는 대통령의 공개 선언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