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꾼’ 주목… 승마협 前 전무 소환 조사

입력 2016-11-08 18:55
검찰이 최순실(60·구속)씨 딸 정유라(20)씨의 승마선수 활동에 삼성 측의 특혜지원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한승마협회에서 전무를 지낸 박모(66)씨를 주목한다. 박씨는 삼성과 최씨 측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 ‘키맨(key man)’으로 지목되고 있다.

박씨는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서 정씨가 패해 2위에 그치자 문화체육관광부에 이른바 ‘살생부’를 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발탁, 이화여대 체육특기생 선발 등 정씨를 둘러싼 특혜 의혹에도 박씨가 등장한다.

특히 박씨는 승마선수 해외 전지훈련 계획을 삼성 측에 제안하고, 최씨의 실소유 회사인 코레스포츠와 마케팅 계약을 맺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마계에선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의 설계자가 박씨라고 입을 모은다. 이 로드맵은 ‘정유라 특혜지원 로드맵’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승마협회 전직 임원 A씨는 “박씨가 (삼성과 최씨) 중간에서 심부름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마사회를 통해 삼성 측에 중장기 로드맵을 보내는 데 박씨가 관여했다”고 8일 주장했다. 그는 “박씨가 마사회 현명관 회장을 비롯해 상임이사들을 자주 만났다. 현 회장이 직접 삼성 측에 협조 요청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승마협회 전무였다는 정도 외에 뚜렷하게 알려진 이력이 없다. 승마협회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2008년 12월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불명예 퇴진했다.

박씨는 2012년 말 승마계에 다시 모습을 보였다. 박씨는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61)씨와 먼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승마훈련장 원장과 승마선수의 학부모로 만나 알고 지내다 2013년 급격히 사이가 가까워졌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정씨를 통해 최씨와도 안면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승마협회 행정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배후 실력자’ 대접을 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4일 박씨를 소환해 삼성의 정씨 지원 경위, 마사회 관여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