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바’ 바란다스 사용후핵연료사업부 부사장 “핵 재처리 사업, 한국도 적극 검토 필요”

입력 2016-11-08 21:18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분야는 매우 유망한 업종입니다. 여건이 된다면 한국과도 재처리 사업을 논의해 보고 싶습니다.”

크리스티안 바란다스(사진) 아레바(AREVA) 사용후핵연료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4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아레바 본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레바는 원자력발전 및 핵연료 관련 모든 기술 분야의 사업을 수행하는 프랑스 1위 원자력 기업이다. 파리에서 350㎞ 떨어진 ‘라 아그’ 지역에 위치한 재처리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바란다스 부사장은 “프랑스의 재처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1966년 재처리 시설을 지은 이후 50년간 축적된 경험 덕이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가동 중인 원전이 58개나 되기 때문에 원자로에서 나오는 핵연료를 매립할 부지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재처리를 통해 핵연료의 부피와 양을 줄이는 작업이 필수였다”고 말했다. 건설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지만 부지 주변 인프라 구축과 투명한 건설 공정 공개로 주민 반발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라 아그 시설은 한 해 1조575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철저한 감시 아래 현재까지 총 3만2000t을 재처리해 왔다. 프랑스 내 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뿐 아니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스위스 등도 아레바에 재처리를 맡기고 있다. 재처리를 거치면 폐기물의 부피는 20% 수준으로 줄어든다. 독성도 90%가 사라진다. 아레바는 재처리 후 남은 폐기물(전체 용량의 4%)은 각 나라로 돌려보낸다.

바란다스 부사장은 “핵연료 양이 많아 수송이 어려운 일본이나 러시아, 중국 등에는 아레바 직원이 직접 방문해 재처리 시설 건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 재처리는 원전이나 방폐장에 비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바란다스 부사장은 “영구 처분장은 보통 100년 이상 운영돼야 하기 때문에 환경적인 우려가 있지만 재처리 시설은 수명주기가 50∼100년에 그친다”며 “지질학적인 조건을 철저히 따져야 하는 원전이나 방폐장에 비해 재처리 시설은 수명주기가 짧아 입지가 비교적 간편하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재처리의 일종인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에 나섰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고준위폐기물 영구처분장은커녕 중간 저장시설 부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 바란다스 부사장은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재처리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영구처분장 선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처리는 시간적 여유를 벌어주는 장치가 된다”며 “한국도 상황에 맞춰 재처리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리=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