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도중 지진이 발생하면 시험을 멈춘다. 중단된 시간만큼 종료시간도 늦춰진다. 지진이 나더라도 수험생은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무단으로 시험장을 이탈하면 ‘시험 포기’로 간주된다.
교육부는 오는 17일 치르는 수능 때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시나리오별로 담은 ‘행동요령’을 8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9월 12일 발생한 ‘경주 강진’ 이후 여진이 계속되자 수능 당일 지진 대책을 지진 전문가 등과 논의해 왔다. 올해 수능은 60만5988명이 지원했으며 85개 시험지구 1183개 시험장에서 치러진다.
교육부는 지진 강도에 따라 ‘가∼다’로 구분한 대처 단계를 마련했다. 각 단계에 해당하는지 등은 시험장 책임자(학교장)의 현장 판단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가 단계는 진동이 경미한 경우로 중단 없이 시험을 계속한다.
나 단계에서 시험장 책임자와 시험실 감독관(교사)은 시험을 중단시킨 뒤 답안지를 뒤집고 책상 아래로 대피하도록 수험생에게 지시한다. 시험실 감독관은 시험 재개에 대비해 중지 시각을 기록해야 한다. 상황이 급박하면 답안지 뒤집기를 생략할 수 있다. 책상 아래로 대피할 겨를도 없이 진동이 짧게 발생하고 끝났는데 수험생 동요가 있다면 시험장 책임자가 시험 일시중지, 시험재개 시간과 종료시간을 안내해야 한다.
시험 재개 여부는 시험장 책임자의 현장 판단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 시험이 재개되면 수험생들에게 ‘안정 시간’(10분 내외)을 준다. 중단된 시간만큼 종료시간도 미뤄지며 시험지·답안지 공개시간도 순연된다.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수험생은 별도 교실에서 전문상담교사 등의 도움을 받으며 시험을 계속 볼 수 있다.
다 단계는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될 때 발령된다. 수험생들은 시험을 중단하고 감독관 안내에 따라 운동장으로 대피한다. ‘경주 강진’처럼 규모가 크고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시험이 취소될 수도 있다. 김정연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다 단계에 대비한 세부 시나리오도 마련했지만 수험생 불안 등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진 규모, 진앙지 거리 등을 반영해 가∼다 단계를 구분 짓는다. 즉 지진이 발생할 때 각 시험지구에 따라 단계가 다를 수 있다. 수능은 85개 시험지구에서 나눠 치러진다. 예를 들어 경북 지역 시험지구에 나 단계를 적용해도, 영향을 받지 않은 수도권은 아예 가 단계조차 발령되지 않는 식이다.
교육부는 수능 전날(16일)부터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에 인원을 배치해 실시간으로 지진 정보를 전파토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진 발생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대처 단계 산출과 전파까지 2∼3분 정도 소요됐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부는 경주 지역 시험장(6곳)에 이동식 지진관측계(가속도기)를 설치하고 전문연구팀을 보낼 방침이다. 이 지역 시험장은 교육부가 발령하는 가∼다 단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진도를 측정해 대응키로 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지진으로 무단 이탈땐 ‘시험 포기’ 간주
입력 2016-11-08 18:20 수정 2016-11-08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