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은 마지막까지 예측이 어려운 초접전 양상인 만큼 민주, 공화 양당 지지자들의 기싸움이 투표소에서도 치열하다. 이 때문에 각 주는 돌발 상황 발생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각 주는 긴급대책을 내놨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일에 다른 사람의 투표행위를 방해할 경우 징역 10년에 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지난 10월 선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펜실베이니아 투표소를 잘 감시하라”고 언급한 점을 의식한 조치다. 일부 주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의 공조를 강화한다고 밝혔고, 연방 차원에서는 법무부 직원 500여명을 28개주의 투표소 주변에 파견했다.
시민단체도 투표 훼방꾼 퇴치에 나섰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법률 자원봉사자들을 투표소 현장에 배치해 각종 소동에 법적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투표소에서는 ‘패션 전쟁’도 예고됐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자는 ‘팬츠슈트’(바지정장)를, 트럼프 팬은 ‘빨간 옷’을 드레스 코드로 정했다. WP는 클린턴 지지자들의 페이스북 모임 ‘팬츠슈트 네이션’ 회원 190만명이 “투표장에 팬츠슈트를 입고 가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팬츠슈트는 여성 차별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자 클린턴의 애칭이기도 하다. 이에 맞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조작된 선거판에서 ‘홍해’를 만들어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며 온라인에서 “빨간색을 입자(Wear Red)”는 글을 퍼뜨리고 있다.
‘이색 투표’도 있었다.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10월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탑승한 미국인 우주비행사 셰인 킴브로는 이날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투표에 참여했다. 우주에서 대선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2004년 리로이 차오 이후 두 번째다. 미국 우주비행사들은 텍사스 주법에 따라 1997년부터 투표를 해오고 있다.
한 외국인은 미국인들에게 “좀 더 교양 있는 결정을 하라”고 설파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BBC방송은 독일인 요한 프랭클린이 트럼프에 투표를 반대하는 문구를 트위터에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의 선거캠페인을 1930년대 아돌프 히틀러의 캠페인과 비교하기도 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2016 미국의 선택] 클린턴 지지자는 ‘바지정장’, 트럼프측 ‘빨간옷’ 입고 한표
입력 2016-11-09 00:02 수정 2016-11-09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