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매매집결지 여성 자활·이직 돕는다

입력 2016-11-08 20:51

대구시가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성매매집결지(집창촌) 여성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성매매집결지 정비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생활안정과 이직 등을 돕겠다는 것이다. 성매매집결지 폐쇄·정비를 추진 중인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이 조례 발의를 시작으로 대구 중구에 위치한 성매매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 폐쇄·정비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8일 밝혔다.

대구시는 지난 9월 성매매 집결지 정비 추진단을 구성했으며 내년 8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자갈마당에는 현재 37곳의 업소에서 110여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례에는 성매매피해자 보호와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시책 수립·시행, 실태조사, 시설 설치·운영 등의 사업을 할 수 있고 성매매피해자가 성매매를 그만두려고 할 때 생계유지·주거이전, 직업훈련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상은 성매매집결지 여성이다. 다른 형태의 성매매 경우 파악이 어렵고 정부에서 관련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어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조례는 사실상 전국에서 처음 발의된 것이다. 2013년 강원도 춘천에서 유사한 조례가 제정돼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되다 폐지된 적이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대구시가 처음이다.

대구시가 이 조례를 만들려는 것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자활지원 없이 성매매집결지 정비사업이 진행될 경우 해당 여성들이 다른 형태의 성매매 업종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의 경우 생활고로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 신박진영(50·여) 소장은 “성매매피해자들 대부분이 생존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이곳에 있다”면서 “성매매집결지가 정부, 지자체 등의 방치 때문에 존속해왔던 만큼 역사적 반성의 의미로 이 여성들의 재활과 이직 등을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이 조례가 대구시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지역 성매매집결지 폐쇄·정비를 위해 태스크포스팀 등을 운영 중인 경기도, 부산, 인천, 광주 등 다른 지자체들도 조례 제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현재 성매매집결지는 전국에 24곳 정도 남아있으며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성매매집결지 종사자 수는 2013년 기준 5000여명으로 2010년과 별 차이가 없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