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국에… 민감한 韓·日 군사정보협정 속전속결

입력 2016-11-08 18:19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방부는 9일 서울 국방부청사에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위한 2차 실무협의를 갖는다고 8일 밝혔다.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1차 협의가 열린 지 8일 만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양측은 1일 1차 협의에 이어 협정 문안을 중심으로 관련 사항 전반에 대해 협의한다”고 설명했다.

한·일 양국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2년 6월 GSOMIA 협정 문안을 완성하고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밀실 체결’에 대한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문 대변인은 “당시 작성된 문안 가운데 현 시점에서 적절치 않은 부분만 조정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2차 실무자 협의에서 최종 문안이 정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GSOMIA는 양국 간 군사정보의 전달과 사용, 저장, 보호 방법 등을 규정한 협정이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한·일 양국은 군사정보를 직접 교환할 수 있게 된다. 한·일 양국은 2014년 말 체결된 한·미·일 3국 정보공유 약정을 통해 미국을 매개로 간접적으로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대북정보 수집 경로가 다양해지고 대북정보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 5기의 정보위성과 6척의 이지스함에 장착된 SPY-1 레이더, 탐지거리가 1000㎞ 이상인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77대 등 다양한 정보수집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찰수단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 군에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사시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

하지만 협정 체결 시점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내 상황이 어수선한 틈을 타서 여론이 좋지 않은 협정 체결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협정 체결을 서두르는 데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 전략무기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에 대한 조건으로 미국이 협정 체결을 주문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사안이 협의됐지만 공동성명에는 담기지 않았다. 미측이 전략적으로 적절치 못하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절차상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국방부는 GSOMIA 체결 시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과거사 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일본과의 군사정보 교류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야당도 협정에 대한 국회 비준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