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0·구속)씨와 더불어 문화계의 각종 이권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8일 전격 귀국하면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차씨는 체육계 등 각계에서 자행된 최씨의 국정농단 가운데 미르재단을 중심으로 한 문화계의 비화(秘話)를 잘 설명해줄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인천공항 입국장에 직원을 보내 차씨의 신병을 확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했다. 검찰은 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박근혜정부 문화계 인사개입, 대기업 상대 전횡 등 다양한 부분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그간 내사와 주변인 조사를 병행하며 차씨의 혐의를 상당 부분 구체화한 상태다. 검찰은 차씨의 딸(15)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의 7년여 동안 개인계좌, 차씨와 관련된 4곳의 법인계좌를 압수수색해 미심쩍은 자금 흐름을 추려냈다. 차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영상물 제작 업체 아프리카픽쳐스에서 회삿돈 약 7억원을 착복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포스코그룹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차씨의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는 그가 ‘문화계 황태자’로서 각종 정부기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과도 얽혀 있다. 실제로 검찰이 계좌추적에서 가장 공들인 것은 차씨의 ‘대부’로 불리는 송성각(58)씨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공모하기 직전까지 경영하던 광고영상물·컴퓨터그래픽 제작 업체 머큐리포스트 부분이었다. 검찰은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에서 머큐리포스트와 거래한 상대방의 직장 정보까지 모았다. 차씨의 ‘포레카 강탈’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송씨는 지난 7일 밤 체포됐다.
송씨 외에 김종덕(59) 전 문화체육부 장관, 김상률(56)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이 차씨가 ‘앉힌’ 인사들로 거론된다. 차씨는 김 전 장관의 홍익대 대학원 제자다. 숙명여대 교수였던 김 전 수석은 차씨의 외삼촌이다. 미르재단 소속으로 차씨와 인맥이 있는 이들은 이미 검찰에 다녀갔다. 김형수(57) 전 이사장은 차씨와 사제지간이고, 차씨의 여러 회사에서 임원으로 등재된 김성현(43)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은 측근으로 꼽힌다.
검찰은 차씨가 문화계의 광범위한 인맥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고 본다. 차씨의 광고 관련 법인들은 단기간에 정부, 공공기관, 대기업으로부터 많은 물량을 수주했다. 아프리카픽쳐스와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 등에 KT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금융위원회 콘텐츠진흥원 등 정부·공공기관이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있다. 차씨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기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차씨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에서도 회사에 업무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회사 임직원 결혼식에 자신 명의로 축하 화환까지 보냈다. 검찰의 계좌 압수수색 이후에는 서울 논현동과 청담동의 개인 빌딩, 빌라를 매물로 내놓으며 자산 현금화에도 몰두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추징보전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차씨는 지난해 12월 7일 논현동 S빌딩 건물과 토지를 105억원에 처분했다. 그 다음날 최씨의 딸 정유라(20)씨가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유로화를 대출받았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檢 앞에 선 차은택… ‘문화계 농락’ 실타래 풀리나
입력 2016-11-08 18:26 수정 2016-11-08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