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승주 내정자는 장관감 아니다

입력 2016-11-08 19:15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를 두고 말들이 많다. ‘굿판’과 ‘전생 체험’으로 물의를 빚은데 이어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장관 자격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5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구국천체기도회에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참석, 발원문을 읊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박 내정자는 “북한의 전쟁 위협 등으로부터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위로하는 문화행사에서 재능기부를 한 것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누가 봐도 굿판이었다. 행사 주관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무당이라고 밝히고 “신령님을 즐겁게 하기 위해 굿을 올린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도 문화행사라고 우기니 어이가 없다.

박 내정자가 2013년 출간한 저서 ‘사랑은 위함이다’에 있는 내용도 황당하다. 그는 책에서 명상하는 동안 다른 모습으로 지구에 47회나 환생했으며 전봉준 장군을 만났다고 썼다. 그러나 한 방송기자가 그제 47회 환생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뒤늦게 직접 체험한 것은 아니라고 거짓임을 인정했다.

그의 이런 행적을 보면 삶 전체가 무속으로 일관된 것 같다. 야권이 ‘무속장관’이라거나 ‘진정한 샤머니즘 국가’라고 비아냥거릴 만하다. 게다가 거짓 경험을 책에 쓰거나 논문 표절 지적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등 진실함마저 보이지 않는다.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박 내정자는 국민안전처와 관련된 직무 경험이 전무하다. 이처럼 기본 자질과 소양이 부족한 인사가 어떻게 장관 후보로 천거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김병준씨 총리 내정이 철회됨에 따라 박 내정자도 지명이 사실상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전에 본인이 결단을 내리고 물러나야 한다. 장관 자리에 미련을 갖다가는 본인의 명예만 손상될 뿐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장관감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성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