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커버그 ‘호시탐탐’… 동영상 메신저 시장 쟁탈전

입력 2016-11-08 19:08

차세대 메신저 시장의 대세로 주목받는 동영상 메신저 쟁탈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스냅챗, 스노우 등이 시장을 선점하는 가운데 페이스북이 추격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동영상 메신저는 문자 대신 동영상을 찍어서 주고받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동영상은 저장되지 않고 정해진 시간 내에 자동 삭제된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 없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영상에 익숙한 1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동영상 메신저의 성장 가능성은 최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스노우 인수 시도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네이버 이해진 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스노우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거절했다. 스노우가 ‘제2의 라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올해 7월 스노우를 독립 자회사로 분리하고 본격적인 육성에 나섰다. 네이버는 라인과 스노우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처럼 상호보완 관계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8일 “스노우의 월간 사용자(MAU)는 4000만명 수준이며 동남아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2013년에 스냅챗 인수를 타진한 바 있다. 당시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를 제시했으나 스냅챗은 페이스북의 품에 안기길 거부했다. 미국 증시에서는 스냅챗의 기업가치가 최대 4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에반 슈피겔이 2011년 만든 스냅챗은 최근 MAU가 1억50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MAU가 17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에 비하면 스냅챗의 규모가 많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가’ ‘어떻게’ 스냅챗을 쓰고 있는지다. 스냅챗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10∼20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사진과 동영상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동영상 중심 시대를 주도할 가능성도 높다.

외부 업체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 진입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페이스북은 직접 스냅챗과 유사한 서비스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 24시간만 공유되는 동영상 서비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도입했다. 페이스북 카메라 앱에는 스냅챗이나 스노우 같은 다양한 필터를 도입하는 방안을 테스트하고 있다. 와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 앱에도 스냅챗과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페이스북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광고 수익이 줄고 동영상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커버그는 “아직까지는 모든 SNS에 문자를 공유하는 게 기본”이라며 “앞으로는 동영상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