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95> 리더십에 관한 고찰

입력 2016-11-08 18:47
영화 ‘정오의 출격’ 포스터

헌정 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 국민 1만명 중 500명만 지지하는 대통령이라니. 박근혜 대통령이 선출됐을 때 많은 국민은 그가 영국의 마거릿 대처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처럼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해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과 존경을 받는 여성 최고지도자가 돼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가 터진 지금 그는 또 한 명의 메가와티로 전락해버렸다.

메가와티가 누군가.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카르노의 맏딸로 정계에 뛰어들어 스타 대접을 받다 와히드 대통령 정부에서 부통령에 오른 뒤 와히드가 탄핵을 받아 쫓겨나자 대통령직을 물려받았으나 잔여임기만 채운 것으로 끝난 여성 정치인이다.

그가 직선 대통령에 선출되지 못한 것은 대통령 재임 중 보여준 결단력 결여, 특히 중요한 정책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 데다 뚜렷한 국정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독재자의 딸이라는 성장배경에서부터 정치가나 행정가로서 뚜렷한 경륜이나 경력이 없었음에도 정계 거물로 성장해 마침내 대통령 자리까지 차지한 과정이 박 대통령과 매우 흡사해 혹시라도 박 대통령이 그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어쨌든 우리에게 닥친 국가 지도력의 위기, 나아가 실종 국면에서 훌륭한 지도력, 진정한 지도력이란 어떤 것인지 리더십에 관한 교훈과 통찰을 주는 영화를 몇 개 뽑아본다.

①정오의 출격(1949)②케인호의 반란(1954)③지상 최대의 작전(1962)④대탈주(1963)⑤줄루(1964)⑥포세이돈(1972)⑦언터처블(1987)⑧볼케이노(1997) ⑨인빅투스(2009)⑩철의 여인(2011)⑪링컨(2012).

영화라고 오락거리로만 치부하지 말고 대통령을 꿈꾼다는 온갖 ‘잠룡’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높은 양반’들이 제발 이런 영화들이라도 보면서 리더십에 관한 공부라도 좀 하면 얼마나 좋을까.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