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네 마음을 지키라

입력 2016-11-08 21:09

2003년 목사 안수를 받을 때의 일입니다. 안수식을 앞두고 자리에 앉아 기다릴 때 제 마음에는 묘한 감동이 일었습니다. ‘하나님, 제가 무엇이기에 주의 종으로 부르셨나요. 제가 뭐기에 부족하기만 한 저를 목사가 되게 하시고, 저로 하여금 목회를 하게 하시나요.’ 그러면서 저는 하나님의 부르심,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만져주셨습니다.

이후 13년이 흘렀습니다. 적지 않은 일들과 상황 속에서 혼란스럽기도 했고 때로는 휘청일 때도 있었지만, 그때의 마음과 감동은 지금도 변함없이 이 길을 가게 하는 지렛대가 돼주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안수받을 때의 은혜와 감사했던 마음을 잊었다면 달라진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무엘상 16장 7절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노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하시더라.’

우리의 중심은 마음입니다. 하나님은 그 중심을 보신다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나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오늘 본문인 잠언 4장 23절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사회에서는 ‘우선순위’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무엇이 먼저인지, 무엇이 소중한지,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지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순서가 정해집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인의 우선순위는 사역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함이 없는 사역이나 선교, 구제, 봉사 등은 하나님과 관계없는 일로 끝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일들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을 더 알기를 원하시고 친밀해지기를 바라십니다. 일이 우선이 되고 일이 목적이 돼버리면 어떤 사역이든 우상이 되고 맙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교제하기를 원하십니다. 예배와 묵상, 기도를 통해 하나님 곁에 머물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하나님과의 교제를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심정이 어떠한지, 하나님의 기쁨이 무엇인지, 하나님이 원치 않으시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님이 우리를 어떻게 여기시는지를 느끼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응답받기만을 원하는 고집스럽고 불통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버릴 수 있습니다. 부모의 곁에 머물며 교제할 때 자식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부모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식물이 물을 공급받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예배와 기도, 묵상을 통해 물을 공급받습니다. 성경은 청종(聽從)할 것을 명령합니다. 청종이라는 말은 ‘이르는 말을 듣고 잘 좇음’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마음은 하나님으로부터 무언가를 공급받을 때 지킬 수 있습니다. 하나님 없이는 마음을 지킬 수 없습니다. 쉽게 흔들리고 변질됩니다.

하나님을 바라보십시오. 하나님과 함께하십시오. 주님을 보십시오. 그분께 초점을 맞추십시오. 눈을 돌려 물에 빠지지 말고 주님을 보고 걸으십시오. 주님으로부터 분리되지 말고 그 안에 머무르십시오. 주님을 잊지 마십시오. 주님으로 말미암아 사십시오. 순간순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때 주님의 것을 취하십시오. 그러면 마음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런 은혜를 누리고 믿음의 삶을 살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권면하고 축복합니다.

인한진 목사 (충주 서운반석교회)

◇약력=◇감리교신학대학교·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