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 사냥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4일 막이 오른 ‘면세점 3차 대전’의 승부가 가려질 날이 멀지 않았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8일 “관세청이 특허 신청 업체들을 소집해 PT 순서를 결정하는 등 특허심사 절차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특허 신청 업체에 대한 심사는 늦어도 다음달 초에 마무리돼 최종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할 신규 시내면세점은 서울 4장과 부산 1장, 강원도 평창 1장 등 총 6장이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중 대기업 몫으로 주어진 3장의 향방이다. 3장의 카드를 잡기 위해 나선 기업은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SK네트웍스 5곳이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총출동해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이번 ‘면세대전’에서 2곳은 ‘쓴잔’을 마실 수밖에 없다. 승률 60%, 누가 승리의 축배를 들게 될지 유통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영업하고 있는 서울 시내면세점 9곳 중 8곳이 강북에 있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만 강남에 위치해 있다. 반면 이번에 응찰한 대기업들 가운데 4곳이 강남에 면세점을 열겠다고 했다. 그래서 ‘강남대첩’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서울 강북과 강남의 관광산업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강남권에 면세점이 더 생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는 강남구 코엑스 단지 내 무역센터점, HDC신라는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신세계는 서초구 센트럴시티, 롯데는 송파구 월드타워점을 후보지로 내세웠다. 특히 HDC면세점과 현대백화점은 강남 중에서도 노른자위로 꼽히는 삼성동을 후보지로 꼽고 있다. 삼성동은 2021년말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가 들어서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우뚝 설 곳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아시아 최대 랜드마크’로 떠오를 삼성동을 후보지로 내세운 현대백화점과 HDC면세점. 이들이 내놓은 새로운 면세점의 청사진을 살펴본다.
현대면세점, 1만4005㎡ ‘대형 럭셔리 면세점’ 내세워
관광 인프라 풍부한 강남 코엑스 위치 장점… 후보 기업 중 ‘재무건전성’ 가장 우위 평가
서울 시내 면세 특허권 획득에 재도전하는 현대면세점은 우선 탁월한 입지를 자랑한다.
현대면세점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층부터 10층까지 3개층을 리모델링해 특허면적 1만4005㎡ 규모의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번보다 17% 가량 늘어난 규모다.
면세점 후보지인 무역센터점은 관광 인프라가 풍부한 강남 코엑스 단지 내에 위치해 있다. 코엑스 단지는 2014년 국내 첫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전시·컨벤션센터와 3개의 특급호텔, 카지노, 코엑스몰, 백화점을 비롯해 도심공항터미널과 한류 콘텐츠 복합문화공간인 SM타운 등 최적의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개별로 오는 중국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면세점의 중요 조건으로 떠오른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2·9호선 지하철 노선을 비롯해 48개 버스 노선, 5개의 공항 리무진 및 강남 투어버스 등이 연결돼 있다.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고속철도(KTX), 위례∼신사선 등 6개 철도노선도 신설될 예정이다. 2021년에는 영동대로에 국내 최대 복합환승센터도 조성될 계획이다.
또 이 지역은 현대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MICE 복합단지 등이 조성돼 코엑스 일대가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아시아 최대 랜드마크’이자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내세운 현대면세점은 그 구성도 알차다. 글로벌 최고급 명품(名品), ‘K-뷰티’ ‘K-패션’ ‘K-푸드’ ‘K-익스피리언스’ 등 4가지 테마로 구성한 한류(韓流), 젊고 실력 있는 ‘히든챔피언’ 발굴을 위한 상생(相生)을 콘셉트로 한 3개의 전용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후보 기업 중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재무건전성도 현대면세점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현대면세점은 또 면세점 보세화물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시스템 준비도 마쳤다. 면세점 통합IT시스템업체인 도시바와 MOU 체결을 했고, 보안시설 및 인력(ADT캡스) 및 보세화물관리(세광HR) 관련 전문업체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최근엔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에 보세물류창고(9917㎡)도 확보했다. 현대면세점은 코엑스 일대의 관광 인프라 및 관광 콘텐츠 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300억원을 투자할 계획도 세웠다.
이동호 현대면세점 대표는 “이번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입찰이 경쟁력 있는 사업자 진입을 통해 면세점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국가경쟁력도 제고하겠다는 게 기본 취지”라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이번 입찰에서 가장 유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HDC신라면세점, ‘IT융복합 체험형’ 새 면세점 모델 제시
‘융합현실기술’ 국내 유통업계 최초 선보여 용산-중구-강남 ‘Duty-Free 벨트’ 완성 구상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참여를 선언한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강남에 한국 관광 산업의 미래 세대를 위한 ‘밀레니얼 면세점’을 세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밀레니얼 세대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HDC신라면세점은 이들을 위한 면세점을 만들어 20∼3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 면세 산업의 든든한 토양을 만들어 가겠다는 복안이다.
HDC신라면세점은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면세점 2호점 후보지로 내세웠다. 미국의 세계적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아이파크타워는 옛 한전 부지에 건설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에 인접해 있어 뛰어난 입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 건물 15층 중 1층에서 6층까지 약 1만3000㎡ 공간을 면세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HDC신라는 2호점을 세계인이 동경하는 한국의 역동적 ‘즐거움’과 ‘새로운 경험’, ‘디지털 기술’을 모두 담아 ‘IT융복합 체험형 면세점’이라는 전혀 새로운 면세점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5세대 통신을 활용한 융합현실(MR, Merged Reality) 기술을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선보인다. 예를 들어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자신의 간단한 취향을 입력하고 ‘MR 피팅룸’에 들어서면 인공지능이 ‘의뢰인’에 가장 적합한 패션을 제안해준다. 향후에는 축적된 관광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호하는 여행지와 맛집 코스까지 안내해줄 예정이다.
HDC신라면세점은 강남(삼성동)에 면세점을 운영함으로써 용산-중구-강남을 잇는 ‘Duty-Free 벨트’를 완성해 서울 중심부를 관통하는 관광축을 형성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또 면세점이 관광의 중심핵 역할을 하고 이를 주변 전역으로 확산하는 이른바 ‘강남시프트(SHIFT) 전략’을 지역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IT 스마트 관광(Smart)’과 ‘체험관광(Hands-on)’, ‘지역 관광 연계(Interactive)’, ‘색다른 재미(Fun’), ‘교통 인프라 (Transport)’를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간다는 것이다.
HDC신라면세점은 국내 최초로 최고 등급의 AEO(세계관세기구 우수기업 인증)를 획득한 호텔신라와 견실한 재무구조와 개발능력을 갖춘 현대산업개발이 모기업인 만큼 ‘특허구역 관리 역량’과 ‘경영 능력’은 이미 입증됐다고 보고 있다.
HDC신라면세점 양창훈, 이길한 공동대표는 “이번 사업 신청은 관광 산업의 질적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었다”며 “20∼30년, 나아가 100년 후에도 끊임없는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면세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글=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일러스트=이석희 기자
‘황금 알 낳는 거위’ 잡아라! ‘면세점 3차 大戰’
입력 2016-11-08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