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시장의 냉온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 재건축 집값은 34주 만에 하락세를 보인 반면 규제를 벗어난 수도권 등엔 청약 열기가 뜨겁다. 다만 현장 일각에서 “숨고르기가 끝나면 다시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관심이 쏠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풍선 효과로 반짝 흥행하는 비규제 지역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개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7일 “하루 종일 매매 관련 문의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재건축 열기에 힘입어 하루 20건 가까운 문의가 이어졌지만 지난 3일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A업소 측은 “지난주 정부가 정책을 예고한 뒤 호가가 계속 떨어져 84㎡의 경우 2000만∼3000만원가량 내려갔다”며 “어차피 사려는 사람이 없어 호가도 무용지물인 상태”라고 했다.
분양을 앞둔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신반포18·24차 재건축)와 방배동 ‘방배아트자이’(방배3구역 재건축)도 상황은 비슷했다. 잠원동 B공인중개업소 측은 “폭탄이 떨어진 수준으로 조용한 상황”이라며 “대책 발표 후 매수 문의가 아예 끊겼다”고 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 50㎡형의 경우 2주 전 매매가가 11억9000만원에 달했지만 현재 11억4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사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도 하락세다. 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2% 하락했다. 특히 재건축 사업 기대로 집값이 오르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의 경우 2주 만에 집값이 7000만원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SK건설 등 일부 건설사는 분양 일정을 아예 미루는 분위기다.
반면 규제를 피한 지역은 수요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대우건설이 경기도 용인에 견본주택을 연 ‘수지 파크 푸르지오’ 아파트는 지난 주말 약 2만5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던 용인이 이번 규제에서 제외되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분양에 나선 부산 ‘해운대 센텀 엘크루’ 1·2단지도 평균 20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들 단지에는 1000만∼3000만원 가까운 웃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을 중심으로 정책 효과가 ‘길어야 3개월’이라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조사업체 닥터아파트는 “재건축 등 주택시장이 잠시 안정화되겠지만 일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몰렸던 강남이 내년 1월 이후 다시 인기를 얻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닥터아파트 관계자는 “11월은 전통적인 분양 비수기인데, 규제책까지 발표돼 잠시 주춤거리는 상황”이라며 “규제도 투자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년 초 성수기가 오면 다시 강남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수도권과 강북 등 비규제 지역에 대한 묻지마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강남 재건축 ‘찬바람’… 규제 비켜간 수도권 청약 ‘열기’
입력 2016-11-08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