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책임총리?… 朴 대통령 ‘2선 퇴진’ 이후 정국은

입력 2016-11-08 04:00
책임총리제와 거국내각 구성 등 향후 정국이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놓이면서 정치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부터)이 7일 각각 당내 회의에서 깊은 고민에 잠겨 있다. 최종학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이후 전개될 정국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책임총리제, 거국내각 구성, 대통령 하야, 대통령 탄핵이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어떤 시나리오라도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를 앞세운 책임총리제를, 야권은 총리 지명 철회 후 거국내각 구성을 일단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책임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시나리오는 모두 조기 대선이 주요 변수다.



거국내각 동상이몽

청와대가 추진하는 책임총리제나 야권이 주장하는 거국내각제는 실제로는 ‘한 세트’로 분류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총리가 전권을 쥐고 내각을 운영하되 여야 합의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동일하다. 다만 정부·여당과 야당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이유는 박 대통령이 야권과 협의하지 않고 김 총리 내정자를 독단적으로 지명했다는 절차적 문제 때문이다.

현재로선 김 내정자 지명 철회를 기반으로 한 야권의 거국내각 구성 안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야권이 국회 과반을 차지한 만큼 박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 논의가 가능하다. 대통령과 더불어 유이(唯二)하게 선출된 권력인 국회가 국정 수습에 나서는 만큼 정당성·안정성이 담보된다는 장점도 있다.

야권의 거국내각 구상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시적 성격의 거국내각에 1년 이상 국정을 맡길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립내각을 구성해 과도정부를 수립한 뒤 내년에 조기 대선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각 구성과 대선 관리를 둘러싼 극심한 정쟁이 불가피하다. 의회 과반을 가진 야권과 대통령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여권이 주도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김 내정자를 내세워 책임총리제로 위기 수습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협조를 요청할 의지까지 내비쳤다. 이 경우 김 내정자 주도로 국정을 안정시키고 남은 대통령 임기를 완료할 수도 있어 국정 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상 규정된 총리 권한은 국무위원 제청·해임건의 외에는 ‘대통령 보좌’ ‘행정각부 통할’ 등으로 한정돼 있다. 현직 대통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내치와 외치가 분리될 수 있을지, 책임총리가 대통령을 배제한 채 국정을 통할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전례가 없는 내치·외치 분리 실험도 검증이 필요하다. 한국외대 이정희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교·안보·경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내치·외치 구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려대 이내영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여·야·청이 총리 권한 범위를 정해야 하겠지만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국정 수습을 원한다면 거국내각도 한 번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내다봤다.



개헌이냐 조기 대선이냐

그렇다고 야권이 조기 대선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정부의 문제가 대통령제의 막강한 대통령 권한 탓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 개헌도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정부 운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이나 새누리당 쪽이 이런 생각이 강하다. 국민의당의 한 지도부도 “거국내각에서 대통령 임기를 조정하고, 개헌도 추진할 수 있다. 6개월 정도 단축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국중립내각은 엄중한 외교·안보·경제 상황에서 분권형 통치제도를 실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개헌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덧붙였다.

지방분권형 개헌론자인 김 내정자 지명 자체가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김 총리 내정자 지명 배경에는 개헌세력의 지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면서 “김 내정자가 총리로 임명된다면 국회 중심의 구체적인 개헌 논의를 시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6일 통화에서 “대통령 하야 국면까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주 중 어느 정도 (개헌)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날의 검’ 하야·탄핵

대통령 하야·탄핵은 야권도 꺼리는 극단적인 선택지다. 박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60일 안에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내년 1월 귀국 예정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각 후보들이 급조된 공약을 들고 나설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대선 출마를 노리는 여야의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도 급히 자리를 내놓아야 해 시·도정마저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선출된 차기 대통령 주도 하에 국정을 수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비상시국에 대한 ‘대안 정부’로 선출된 만큼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장악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례에서 보듯 막심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 국회 탄핵소추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이탈표도 필요하다.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기간에 국정공백 상황이 초래된다는 단점도 있다.










글=강준구 최승욱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사진=최종학 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