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최순실(60·구속)씨 일당은 약점이 있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법에도 없는 권력을 마구 휘둘렀다.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로 오너 일가의 자리를 내놓게 하거나 기업들의 사업까지 주물렀다.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CJ그룹이다.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의 특별사면에 목매던 CJ그룹은 최씨 일당에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CJ 이미경(사진) 전 부회장은 영문도 모른 채 대통령의 뜻이란 말에 2013년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근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당시 청와대 측의 퇴진 압력을 받았다. 이 전 부회장이 “VIP(대통령) 말씀을 전하는 건가”라고 묻자 청와대 관계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이 전 부회장은 자리를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났다.
배경을 놓고 일각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대선 전 CJ가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는 영화를 관람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CJ의 케이블 채널 tvN의 SNL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박 대통령 흉내가 문제됐다는 얘기도 있다. 다보스 포럼에서 스포트라이트가 박 대통령이 아니라 이 전 부회장에게 쏠려 기분이 상했다는 설도 나온다.
CJ 관계자는 7일 “당시 그룹 내부에서도 청와대에 밉보였다는 인식과 정권 입맛에 맞춰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궁박한 처지에 몰린 CJ가 적극 협조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CJ는 2014년 이후 ‘명량’과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보수정권 코드에 맞는 영화를 잇달아 개봉했다. CJ E&M은 최씨의 최측근인 차은택(47) CF감독이 주도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 프로젝트와 관련, 1조4000억원을 투자해 한류 테마파크 ‘K컬처밸리’를 조성 중이다.
최씨 일당은 포스코에도 손을 뻗었다. 최씨가 주도했던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는 포스코가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한 뒤 해체된 배드민턴팀을 재창단하라는 압력도 행사했다. 두 단체는 포스코에 배드민턴팀 재창단 및 운영 방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50억∼60억원에 이르는 지원 금액까지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미 내부적으로 배드민턴팀을 다시 만들지 않기로 결정을 내린 사안이라 거절했다”며 “지원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이미경은 왜 朴 대통령에 찍혔나?
입력 2016-11-08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