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정서 손 떼라” 서울대 교수 최다 성명

입력 2016-11-07 18:19 수정 2016-11-07 21:39
광장의 촛불이 시국선언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대 교수 728명은 7일 ‘헌정 파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일동’ 이름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궁극적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며 당장 국정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시국선언을 마친 교수 30여명이 학생들과 함께 교내를 행진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서울대 교수 728명이 시국선언에 나섰다. 개교 이래 가장 많은 교수들이 참여했다. 교수들은 시국선언을 마치고 교내 사월학생혁명기념탑(4·19추모비)까지 행진도 했다. 일부는 추모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시국선언 참여 교수 가운데 30여명은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헌정 파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일동’ 이름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최순실 사태의 궁극적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지금 당장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마치자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 사이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시국선언을 마친 교수들은 학생 20여명과 함께 교내 4·19추모비까지 행진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추모비 앞에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서울대 학생들의 얘기를 들으며 눈물을 보였다. 윤 교수는 “헌정질서 문란을 바로잡는 것이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뜻을 다시 구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배균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현재 상황을 4·19혁명에 준하는 상황으로 보고 4·19추모비까지 행진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국선언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소속 교수들이 주도했다. 첫 논의는 지난달 31일 시작됐지만 발표까지 1주일 정도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다른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유종태 서울대 민교협 회장은 “더 많은 사람이 오래 멀리 함께 가기 위한 조치였다. ‘하야’나 ‘거국중립내각’ 같은 표현을 피하고 큰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면서 많은 교수들이 함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교수들이 고(故)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가습기 살균제 실험조작에 책임이 있어 자기성찰의 시간도 필요했다고 한다.

시국선언에는 서울대 전체 교수 2200여명 가운데 30%가량이 참여했다. 서울대에선 역대 최대 규모다. 2008년 대운하 반대 성명에는 381명,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에는 204명, 지난해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 성명에는 393명이 참여했었다.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교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 사태의 ‘피의자’로 규정하고 최씨 일가와 대기업 등 의혹에 연루된 모든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검찰 수뇌부의 전면 교체도 요구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 여론을 무시한다면 대통령 퇴진 운동도 펼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오는 15일 이화여대·연세대·고려대·숙명여대 교수협의회장, 정운찬 전 총리 등과 함께 서울대에서 ‘시국 대토론회’를 연다.











글=김판 기자 pa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